산업은행은 4일 대우증권을 인수키로 금융감독위원회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산은은 오는 8일 대우증권이사회 결의를 통해 실권주 3천98만5천주를 액면가에 인수하게 된다.

산은은 이후 3자 배정방식의 증자를 추가로 실시해 대우증권의 지분율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산은은 대우증권을 인수키로 한 것은 장기발전전략에 따라 증권사를 자회사로 인수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최근 투신권 구조조정 등으로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적인 결정도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산은은 앞으로 대우증권의 경영을 조기정상화한 뒤 외국증권사나 투자은행과의 합작을 통해 국제적인 증권사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또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서울투신의 연계콜자금 처리문제 등에 대해 실무적으로 확인할 사항이 있어 이사회는 다음에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인수키로 한 것은 산은의 장기발전 전략과 금융시장 안정을 바라는 정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진 때문이다.

산은은 인수방침을 발표하면서 대우증권을 국제적인 증권사로 키우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대우증권 매각이 결국 시장내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국책은행이 떠맡은 꼴이 돼 금융당국의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자회사였던 산업증권을 청산했던 경력도 있어 증권업에 또다시 뛰어드는 것이 옳은 결정인가라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 산은의 구상 =산은은 대우증권 인수한 뒤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내부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또 5백억원 규모의 추가출자를 통해 지분율을 25%선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후 경영정상화로 주식가치가 높아지면 채권단이 공동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외국기관에 매각해 외자유치도 할 방침이다.

산은은 대우증권 인수로 개발은행과 증권사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은의 지점이 35개에 불과한데 반해 대우증권은 1백24개 지점을 가지고 있어 영업망이 확충되는 효과도 있다.

산은은 지난해 한국투신에 출자한데 이어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두게 됨에 따라 앞으로 금융지주회사로의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 산은 인수의 문제점 =금융당국은 대우증권의 콜자금 등 추가적 부실문제 때문에 정상적인 3자매각이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가 1백% 출자한 산은이 인수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결국 정부자금이 우회적으로 투입되는 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장실패를 보완하는게 국책은행이라고 하더라도 정도가 심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산은이 부담할 대우증권 실권주 인수금액은 1천5백억원대이지만 콜자금 부담과 수익증권 환매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산은 관계자는 "대우증권이 안고 있는 추가부실금액을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며 "부실정도가 확인되면 이에따른 부담문제를 금감위와 추가로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증권 인수에 따른 손실부담액이 확정되면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지난해 산은은 한국투신에 1조3천억원을 출자하면서 6천억원을 정부에서 지원받은 적이 있다.

산은이 경영권을 행사해 대우증권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도 미지수다.

산은은 과거 산업증권이란 자회사를 가지고 있다가 경영부실로 1998년에 자체 청산했던 적이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이에대해 "당시는 외환위기로 인해 불가피한 사정이었다"고 반박했다.

김준현 기자 kimjh@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