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부터 탈피해 성장궤도 재진입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나온 KDI의
전망은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을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한 엔진으로 제시한
점도 그렇다.

그러나 고성장속에 저물가와 저실업률,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네마리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으리란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게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
이다.

<> 잠재성장률 전망치 적정한가 =대부분 경제전문가들은 5%대 잠재성장이
터무니 없는 전망치는 아니라는데 대체로 의견이 일치한다.

너무 낮게 잡았다는 학자도 있다.

올해 잠재성장률을 4.0~4.5%로 추정한 한국은행도 이 부분에 동의한다.

올해는 IMF로 인해 급증한 실업과 침체된 경기가 막 살아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이후는 올해보다 높은 잠재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5%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KDI도 지적했듯이 지속적인
기업 및 금융부문의 구조조정과 기술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

KDI가 특히 기술혁신을 강조한 것은 그동안 한국경제를 밀어 올렸던 생산
요소인 노동시간의 확대가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의 경우 지난 96년 현재 연간 2천5백17시간으로 독일.프랑스에
비해 1천시간, 미국.일본보다 5백시간 정도 각각 많았다.

그러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여가시간 확대로 2010년에는 2천1백시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김준경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혁신에 나설 제반 여건이
형성돼 있지 않다"면서 "이 보고서는 이같은 점을 지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고 설명했다.

<> 물가 2%대, 실업률 4%대는 목표치일 뿐 =고성장속에 저물가와 저실업률
은 가장 이상적인 경제지표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수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의 실현여부는 극히 불투명하다.

우선 소비자물가가 2%대로 유지되기 위해선 환율이 안정돼 수입물가가
국내물가를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

또 유통구조가 개선되는 등 우리경제구조가 선진국형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물론 과소비로 인한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요인도 없어야 한다.

실업률 전망치 4%는 외환위기 이전인 3%대에 비해서는 높지만 사실상 완전
고용 수준이다.

이는 구조조정에 따른 기업구조의 슬림화 등으로 인해 더이상 하락할 수
없는 "구조적 실업률"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불경기에 따른 실업률은 ''제로''에 이른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경제가 앞으로 10년간 계속 호경기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망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 균형재정 달성 너무 낙관 =재정부문은 KDI가 가장 낙관적으로 내다 본
부분이다.

정부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자의 규모가 확대되고
정부채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듯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는 쉽게 축소하기 어렵다"며 특단의 조치로 "재정건전화 특별법"을
제정한 바 있다.

특별법을 제정해야 할 정도로 제어하기 어려운 재정적자가 2004년 이후에는
흑자로 반전할 것이란 예상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또 실제로 최근 국회에서의 새해 예산안 심의를 들여다 보면 더더욱 균형
재정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한다.

총선 등 정치권의 필요대로 증액예산을 빈발하는 경우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