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은 당장 한국수출에 충격으로 작용하겠지만
동북아 지역경제 협력이나 뉴라운드 협상같은 통상전략의 큰 틀에서 보면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중국은 WTO에 가입하기 전에 이미 세계교역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노동집약적인 경공업제품의 경우 한국은 물론 동남아 경쟁국들도 대부분
중국의 인해전술에 손을 들었다.

이런 중국이 세계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사실은 수출에 경제의
사활을 걸고 있는 한국으로선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한국의 수출상품은 갈수록 중국에 시장을
더 내주게 될 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오는 2002년이 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주력인 전기전자의
경우 미국시장 점유율이 5.1%(94년 7.6%)로 떨어지는 반면 중국의 시장점유율
는 12%(94년 6.9%)로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이 더욱 개방됨에 따라 한국기업은 투자진출과
수출을 동시에 확대할 수 있는 호기를 맞게 됐다.

삼성 대우 LG 등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중국의 추가개방정도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이 연간 12억~17억달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무역흑자개선만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낙관
하기도 한다.

통상전략 차원에서 보면 중국의 WTO 가입은 한국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분석하고 있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당장 오는 30일 시애틀에서 시작되는
뉴라운드만 하더라도 한국은 중국의 가입으로 미국 유럽등과의 협상에서 큰
지렛대를 얻게된 셈"이라고 분석했다.

그동안 WTO는 미국이 사실상 좌지우지해 왔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이 힘겹게
버티는 형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등장은 미국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거는 효과뿐만
아니라 동북아 3국이 한 목소리를 낼 경우 앞으로 다자간협상이 미국 유럽
동북아 3극 체제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WTO 가입에 대해 일찌감치 OK 사인을 보냈다.

그동안 미국과의 가입협상 과정에서 자존심을 많이 상한 중국으로선 WTO
뉴라운드에서 한국과의 공조를 중시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 제2의 중국투자붐 예상 =앞으로 중국의 통상 및 내국법률들이 좀더
투명해지고 "글로벌스탠더드"를 수렴하게 될 것이다.

유.무형의 시장장벽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중국정부가 그동안 진출기업에 적용해온 중국산 원부자재 사용의무, 수출
이행의무, 외환수지 평형의무 등이 차례로 폐지되거나 완화될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의 중국진출이 러시를 이루면서 다국적기업들의
시장쟁탈전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들도 21세기에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중국시장
에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 부동산 금융 등으로 진출분야를 다변화해야
하는 과제도 남아 있다.

<> 주요업종별 영향분석

<> 농산물 =현재 한국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농산물은 대중수입의 30-33%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WTO 가입으로 대두와 참깨 고추 마늘 등의 중국산
농산물은 한국시장을 거의 석권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국정부는 조정관세발동 등 대응책을 쓸수 있으나 중국은 WTO 회원국
자격을 활용해서 분쟁기구에 제소하거나 보복관세 등으로 맞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실제 규제는 쉽지 않을 것이다.

<> 자동차 =중국의 보호정책으로 WTO 가입 이후에도 완성차의 중국수출은
상당기간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경승용차 승합차및 부품과 모터사이클 부품 등의 중국수출은 중국
내수및 수출 수요증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의류 섬유 =중국산 면 마 모 견직물 등 천연섬유 직물과 의류의 수입이
급증할 전망이다.

화섬사및 직물은 중국 자체의 수출증가에 따른 원부자재 수요증가에 힘입어
한국산의 중국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 전자제품 =TV 오디오 세탁기 냉장고 등의 경우 저가품은 중국산에,
고급품은 일본제품의 공세에 더욱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용품의 경우 중국에 진출한 선진국 유명제품들과의 경합이 심한데다
중국정부의 투자기업우대 등으로 중국수출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과 중국의 내수및 수출증대에 따라 부품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 등 소재및 원부자재 중심의 수출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철강 =일반강은 중국 자체 생산 확충으로 중국수출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박판 특수강 등은 수출이 계속 늘어날 것이고 선철 일반냉연 H형강 등은
중국에서 사오는 물량이 갈수록 증가할 것이다.

< 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국의 중국 교역에 미칠 영향 ]

<> 한국과 중국간 교역 증대 가속화
- 중국의 가입은 중국경제 성장을 가속화시켜 양국간의 교역 확대에
크게 기여
- 상호 시장접근의 불균등으로 장기적인 대중 무역수지 악화 우려

<> 수출입 상품구조 변화
- 화학 철강 섬유제품 등의 산업내 무역 증가(한국 원부자재, 부품
수출 증가)
- 자동차, 가전은 WTO 가입후에도 고관세와 행정규제로 우리의 대중
수출 증대는 난망

<> 직접투자 증가 예상
- 중국의 시장화 개방화 확대로 직접투자 증가
- 금융 보험 유통 건설 등의 서비스 업종의 자본 및 기술 집약적인
중화학공업의 직접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