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동안의 관망적인 자세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이런 추세로 갈 경우 수출업계에 타격을 가하고 자칫 경상수지목표 달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성업공사를 통해 은행들의 부실외화채권을 사줄 방침이다.

은행으로 하여금 대손충당금을 조기에 쌓도록 설득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올 달러는 가급적 해외에 예치하거나 부채를 갚아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까지 동원한다.

그러나 정부가 보다 신중하고 교묘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 배경 =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급등해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원화가치가 달러당 1천2백원대를 기록해 연초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달들어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 1천1백70원대까지 내렸다.

외환딜러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원화가치가 연말안에 1천1백5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관측한다.

수출업계는 당연히 걱정이 많다.

원화가치가 급등하는 주된 이유는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속속 유입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10월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10월에 약 6억달러 들어온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2주동안 약 1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대우 및 투신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특히 외국인들의 투자
마인드를 촉발시킨 것으로 보인다.

무역흑자가 지속되는 것도 한 요인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원화가치가 절상돼 수출가격이 급격히 떨어질 경우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정부는 환율이 안정될 수 있도록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 내용 = 정부는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환율을 안정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는 사실 지난 2.4분기 외환수급 대책과 비슷한 방식이다.

우선 성업공사를 통해 은행들의 부실외화채권을 매입해 준다.

성업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원화자금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
금융기관의 부실외화채권을 조기에 인수.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성업공사에 외화자산을 매각하면 은행들은 외환자산과 부채에서
불균형이 생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은행들은 외화를 추가로 매입하게 된다.

은행들로 하여금 대손충당금을 조기에 쌓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은행들은 대우 워크아웃에 따른 추가부실과 새로운 자산건전성 분류에 따른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연말에 대손충당금을 쌓을 경우 은행들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환율도 급격히 오를 수 있다.

따라서 재경부는 기왕 쌓을 충당금을 앞당겨 쌓으라고 은행들을 종용하고
있다.

아울러 연내에 5조원 범위내에서 발행키로 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운데
1조~1조5천억원 규모를 오는 22일 입찰을 거쳐 24일 1차로 발행하되 나머지
는 12월에 분산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와함께 재경부는 이달말에 확보하는 담배인삼공사 해외 주식예탁증서
(DR) 발행대금 10억달러는 당분간 해외에 예치하는 등의 방식으로 외국에서
소화토록 할 방침이다.

2.4분기 대책에서는 한국통신이 발행한 해외DR 발행대금을 외환시장에서
중립적으로 처리한 바 있다.

즉 매각자금을 한국은행이 일부는 직매입하고 일부는 해외에서 예치하거나
외채상환에 운용토록 했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정부나 기업이 환율변동에 너무 민감하다고 지적한다.

원화가치 수준은 적정한데 가치상승 속도가 빠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조동철 박사는 "경상수지 흑자, 대우해결 등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추세인데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할 경우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있다"며 우려했다.

또 시장개입을 좀 더 세련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있다.

노골적으로 개입할 경우 환율은 안정시킬 수 있겠지만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