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채형 수익증권에 편입돼 있는 대우채권의 지급률이 80%로 높아진
첫날인 10일 투자신탁과 증권사 창구는 예상과 달리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가입한 수익증권을 찾을 경우 얼마를 인출할 수 있느냐 등에 대한
문의전화는 많았으나 실제로 돈을 찾아가는 경우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아파트 중도금이나 전세금 등 또는 결제자금 같이 부득이하게 찾지 않을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서둘러 찾자는 분위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내년 2월7일까지는 언제든지 80%를 받고 찾을 수 있는데다, 내년 2월8일
부터는 지급률이 95%로 높아지는 만큼 일단 기다려 보자는 관망파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대한투자신탁은 김종환 사장을 비롯한 전임직원이 대우채권과 관련해
인출되는 자금을 "하이일드펀드"로 끌어들이기 위한 가두캠페인을 벌였다.

자금을 인출하는 고객이 없어 객장이 한산하자 전장을 전철역 사거리
등으로 옮겨 갈곳 몰라 하는 돈을 끌어들이자는 적극 공세로 나온 것이다.

임준순 대한투신 이사는 "시간대별로 전영업점에 대해 모니터링을 해본
결과 객장을 찾은 고객수는 평일과 거의 같은 수준이며 인출된 자금도
2천억원선으로 평일수준을 조금 웃돌았다"며 "예고된 대란은 없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라고 여유를 보였다.

<>.현대투신증권에도 문의전화만 늘었을 뿐 실제인출액은 3천억원 정도에
그쳤다.

다만 인출되는 자금을 재유치하기 위해 현대리커버리와 하이일드펀드를
판매했으나 다시 유입되는 자금이 10%에도 못미쳐 다소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대우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서울투자신탁운용의 공사채형을 판매하고
있는 대우증권 창구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여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우증권 광교지점에서는 무조건 환매하겠다고 찾아왔던 고객이 좀더 두는
것이 수익률면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을 듣고 가볍게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다만 제조업체등 일반법인들의 환매요청이 비교적 활발해 긴장감이 약간
돌기도 했다.

대우증권에서 이날 인출된 자금은 1천9백억원에 불과했다.

삼성투신증권에서는 이날 유일하게 44억원이 유입돼 눈길을 끌었다.

<>.금융감독원은 수익증권 환매대책반(반장 심형구 자산운용감독국장)을
중심으로 각 증권사와 투신사의 환매현황을 실시각으로 체크.

금감원은 이날 주요 증권 투신사의 환매지급액이 평소의 3배에 달하자
내심으론 긴장하면서도 첫날인 만큼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감원은 각 회사의 창구를 모니터링한 결과 긴급자금수요가 일시적으로
환매로 몰렸던 것으로 파악됐을 뿐 혼란은 없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주만 지나면 수익증권 환매규모는 평소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개인및 법인이 보유한 대우채 편입 수익증권 50조원중 10%
정도인 5조원 가량이 이날 환매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이로 미뤄 정말 자금이 급한 개인및 법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환매를
미루고 있는 것 같다"고 추정.

그는 이같은 추세라면 이번주로 "환매 비상사태"도 상황 종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은 한편으론 수익증권 환매가 너무 적으면 곤란하다는 분위기다.

내년 2월8일 이후 환매가 몰리면 다시 "대란"이 우려되는데다 싯가평가
실시도 부담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매가 집중되지 않고 어느 정도씩 발생해 투신사의 다른 상품으로
환류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각 투신(운용)사들이 사원들에게 인센티브를 내걸면서까지 기존 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주식형및 하이일드펀드로의 전환 등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있을 정도다.

한편 한국투신은 환매자금을 은행들에 송금할 경우엔 수수료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 눈길을 모았다.

< 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