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란설" 보도가 나간 14일 한경 데스크에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내용은 크게 두가지였다.

"정말 11월 대란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느냐"는게 첫번째였고 "왜 있지도
않은 대란설을 보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려 하느냐"는게 두번째였다.

첫번째 전화를 해온 사람들은 "순진한 투자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정부만 믿고 투신사 수익증권을 환매하지 않고 있다가 돈을 아직껏
찾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대란설에 대한 정부의 대책과 신뢰성을 물어왔다.

정부 관계자들은 두번째 내용의 전화를 해왔다.

"대우사태가 잦아들면서 금리가 안정되고 주가도 오르는데 왜 쓸데없이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게 항의의 골자였다.

금융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는 마당에 단순한 시나리오를 과대포장해
찬물을 끼얹느냐"고 따지고 들었다.

맞는 지적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11월 대란설은 단순한 "설"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러나 곰곰 따지고 보면 정부 관계자들의 발상은 안일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금융시장이 안정돼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니올시다"다.

금리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채권시장은 붕괴돼 있다.

거래는 뚝 끊겼으며 기업들의 회사채발행은 올 스톱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재벌그룹도 자금난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수익증권 환매사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책당국자들의 한심한 상황인식은 한심한 대책으로 이어지고 시기도
놓칠 수 밖에 없다는데 있다.

진단을 잘못한 의사가 제대로된 처방을 내놓을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동안 조령모개식 정책으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먹은 금감위의
행동을 보면 더욱 그렇다.

사실 곰곰 생각해보면 "11월 대란설"이 나도는 주된 이유도 정부의 신뢰성
부재다.

과연 나중에 수익증권을 환매하더라도 정부가 약속한 돈을 찾을수 있을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돈을 주지 못하겠다"고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추가지원용으로 대우그룹으로부터 확보한 10조원의 추가담보를 해외채권단에
도 나눠주겠다고 나오는 정부를 시장참가자들도 믿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금감위는 11월 대란설을 잠재울 수 있는 대책마련이 끝났다고 주장
한다.

이번주부터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 11월 대란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라고 공언한다.

금감위의 대책이 효력을 발휘, 11월 대란설 보도가 단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소동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 하영춘 증권부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