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조폐공사 파업유도 국정조사 특위"는 지난 28일까지 핵심 증인에
대한 신문을 마쳤으나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와 의원들의 준비부족이 겹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고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도 자율적으로 조폐창 조기통폐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 전 사장이 진 전 부장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고 공안합동
수사본부 실무협의회와 공기업구조조정 점검회의 내용 등에 대한 진술이 나와
주목을 받았다.

지금까지 증인들의 발언을 토대로 파업유도 사건과 관련한 세가지 시나리오
의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 진 전부장의 단독범행 가능성 =검찰은 진 전 부장이 강 전 사장에게 직장
폐쇄 철회와 조폐창 조기통폐합 등에 대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 강 전 사장은 "임금협상을 중단하고 구조조정으로 전환하라는
조언 이상의 압력을 받았다"고 진술,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진 전 부장은 청문회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강 전 사장을 만났지만 법률적 조언만 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 전 사장에게 핸드폰을 대여해 수차례 통화했다는 점 등으로 봐서
진 전 부장 진술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 진 전 부장과 강 전 사장의 공모 가능성 =강 전 사장은 구조조정으로
전환하라는 압력을 진 전 부장으로부터 받았지만 조폐창 조기통폐합은 어떤
외부의 압력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와의 임금협상이 끝내 좌절되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기통폐합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강 전 사장은 또 당시 진 전 부장의 발언이 파업유도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지난해 8월 강 전 사장은 2001년까지 옥천창을 경산창으로 통폐합하는 내용
의 기획예산위 구조조정안에 반대했다.

노조 파업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신의 기존 입장을 완전히 바꿔
무리한 조기통폐합을 추진한 것은 공권력 투입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
이고 이 과정에서 진 전 부장과 깊숙히 협의했을 것이란 의혹을 사고 있다.

오는 9월 3일 진 전 부장과 강 전 사장에 대한 마지막 신문에서 이런 의혹이
어느 정도 밝혀질지 주목된다.

<> 공안기관 등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 =강 전 사장은 대검 대전지검 안기부
등 공안기관에 노사관련 사항 등을 수시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9월 중순 열린 공안합동수사본부 실무회의에서 조폐공사 구조
조정 문제가 일부 논의됐다는 진술도 나왔다.

공안기관 등의 조직적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관련자들은 "통상적 보고"라면서 합법성을 주장, 확증이 잡히지는
않았다.

김태정 전 검찰총장에 대한 신문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