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민주산악회 재건 작업을 본격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회창 총재가 당내 인사들의 민산 참여를 사실상
금지하고 나서 한나라당 내 민주계 인사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이 총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주계 인사들이 민산 가입을 강행할 사태가
일어날 경우 한나라당은 엄청난 내홍에 빠져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더욱이 그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세풍 수사의 불똥이 이 총재 주변을
강타하는 일이 겹친다면 자칫 당이 분열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당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신상우 김명윤 김수한 박관용 서청원 강삼재 정재문 김정수 의원 등
한나라당 내 민주계 인사 20여명은 5일 오찬 회동을 갖고 민산재건과 관련한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어서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이들은 이 총재의 경고를 의식, 이날 모임에서 곧바로 민산에 집단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모임이 과거 민산회장을 지냈고 재건될 민산의 회장후보로
거론되는 김명윤 의원 초청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할 때 당내 민주계의 향후
행보와 관련한 깊숙한 논의가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광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부산지역에서 "21세기 민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민산 재건 작업을 구체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번 회동은 민산 재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상도동측은 서울시내에 사무실을 마련키로 하고 건물을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도동측은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관한 법에 따라 국고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김 전대통령 명의로 개인사무실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오전에 열린 한나라당 당무회의에서는 당내인사의 민산 참여 금지문제를
놓고 이 총재를 비롯한 주류측 인사와 상도동의 대변인역을 맡고 있는 박종웅
의원간에 "루비콘 강을 건넌듯 한" 공방이 오갔다.

이 총재는 "(YS의) 별도의 정치세력화는 야당을 약화시키고 갈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으며 결국 김대중 대통령을 돕고 후3김 시대를 도래케 하는 것"
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정치세력화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당내인사들은 민산참여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의원이 "적과 동지도 구분하지 못하느냐"며 발끈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굳이 이 시점에 3김 청산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하겠으며
민산가입 저지는 납득이 안간다"며 "이 총재의 발언은 소아병적인 태도이며
오히려 그 발언이 당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에 총재 측근들은 "민산활동은 결국 해당행위"라며 맞받아쳤다.

설전이 계속되자 이 총재는 "3김 정치에 대한 우리 당의 시각을 정확히
하자는 것"이라면서 "오늘 말한 원칙을 따르지 않는다면 박 의원은 당무위원
으로서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며 "출당 엄포"를 놓은 뒤 서둘러 토론을
중단시켰다.

박 의원은 회의가 끝난 뒤 "20년간 야당생활을 했지만 반대의견도 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이게 독재정당이 아니고 뭐냐"고
비난했다.

< 정태웅 기자 redaw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