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 전남북지역 의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국민회의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이 16대 총선시 공천 기준으로 "유권자의
지지도"를 제시,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고 되기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지난주 전남도 행정개혁 보고대회 참석후 "과거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의사가 존중될 것이며 여론조사가 매우 발달해 국민여론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만큼 유권자가 바라는 사람을 공천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현역의원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지역구민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공천을 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선한 피 수혈 등과 맞물려 신진인사를 대거 영입해 신당을 창당하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김 대통령의 발언은 현역의원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호남지역 의원들은 김 대통령의 "후광" 덕택에 "공천=당선"이란 등식이
성립될 정도로 쉽게 당선돼 왔고 지역구 관리에도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쓴
점이 없지 않다.

신진인사 영입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국민회의 텃밭인 호남에서부터 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할 것이고
따라서 현역의원 탈락률이 적어도 50% 이상이 될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
이다.

야당시절인 14대와 15대 총선때도 호남지역의 현역의원 교체비율은 40%가
넘었다.

한 전북지역 의원은 25일 시민들의 70% 이상이 차기 선거에서 현역의원을
찍지 않겠다고 대답했다는 광주지역 시민단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현역 의원들의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서가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도 호남 의원들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기아사태 이후로 큰 타격을 입은 광주의 경우 최근 삼성전자 가전공장
을 광주가 아닌 부산으로 이전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심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게 의원들의 분석이다.

당초 삼성은 지난 94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하면서 가전공장을 광주로 이전
한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광주지역 의원들은 부산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약속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광주지역 의원은 "이전 정권에서 소외받은 것 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 정권에서도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시민들이
많다"며 현지의 정서를 정했다.

이러한 사정도 내년 공천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지역구 의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전남지역 의원은 "김 대통령의 신당구상이 구체화되면 초선의원은 물론
과거 정치경력만 믿고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활동을 소홀히 한 재선이나
3선의원들 상당수가 탈락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적용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광주지역 6개 선거구중
3분의 2 정도가 물갈이될 전망이다.

이 지역에서는 의정활동이 부진했던 L, L, C 의원이 거론되고 있으며
전남지역은 C의원 외에 4명의 K의원이 무더기로 수난을 당할 전망이다.

특히 목포.신안 선거구가 통합될 경우 김홍일 의원과 한화갑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신진영입의 상징성을 감안해서 두 의원중 1명이 다른 지역구로 옮기거나
전국구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전북지역은 지난해 비리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K의원과 의정활동과
지역구활동에 소홀했던 C, C 의원 등이 "살생부"명단에 포함될 것이라는
소문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게다가 공동여당안인 중선거구제 정당명부제가 도입될 경우 교체폭은 70%를
훨씬 웃돌 것이란 분석이다.

호남출신 의원들은 삼복더위에 한 겨울을 맞고 있는 셈이다.

<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