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에서 "글로벌 경영의 전도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핵심역량 집중, 성과위주 경영, 수평적 조직구조, 장기적
파트너체제 구축, 경제적 관리, 윤리경영 등 한발 앞선 경영기법을 구사해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한국MS)는 한국에 9천3백27개의 협력회사를 갖고 있다.

여기엔 총판업체와 소규모 유통매장은 물론 국내 굴지의 시스템통합(SI)
업체, 솔루션 개발업체, IT 전문교육기관도 들어있다.

MS는 판매 교육 연구개발(R&D) 등을 이들과 함께 한다.

한국MS만의 고유영역은 문서작성프로그램(워드)과 운영체제(OS) 관련
작업에 국한된다.

한국MS의 권찬 마케팅담당 차장은 "업계에서는 MS정도의 기술력이면
전사적자원관리(ERP)프로그램 등 IT관련 솔루션을 자체 개발할 수 있지
않냐고 말하지만 MS는 전문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하는 전략을
철저히 고수한다"고 말한다.

한국오라클은 이달부터 6백30명 임직원들의 직급을 완전히 없애고 사장
본부장 실장 팀장 등 4개 직책으로만 부른다.

한국오라클 관계자는 "덕분에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게 됐고 사내 분위기도
더욱 유연해졌다"고 말했다.

컴팩은 98년 한국에서 16억달러이상의 컴퓨터 부품을 사간 대형 바이어.

컴팩의 부품 구매는 대개 3~4년 이상의 장기 계약에 의해 이뤄진다.

국내 업체들이 프로젝트 단위로 짧게 계약하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컴팩코리아 국제구매본부 이홍구 이사는 "한번 업체를 선정할 때 1년이상
걸릴 정도로 까다롭다.

그런 만큼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받게 되고 공급선을 바꾸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설명한다.

제약회사 한국MSD는 모든 사원에게 "윤리적 사업관행" 규정을 서약케 한다.

이후 "무능한 영업직원은 해고하지 않아도 회사 윤리기준을 어긴 직원은
가차없이 해고한다"(이승우 한국MSD 사장).

이것은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본사가 세계 70여개국 지사에 공통으로
적용하는 규칙.

SAP코리아는 올들어 회사나 행사장에서 고객에게 나눠주는 브로셔를
CD롬으로 대체했다.

최근 행사장에서 나눠준 CD롬에는 30여종의 브로셔와 42개의 주제발표
내용이 담겨있다.

팸플릿으로 만들 경우 제작비가 30만원에 달하지만 CD롬 제작비는 불과
3천원.

관계자는 "필요 경비는 아끼지 않지만 줄일 수 있는 부분은 계속 줄이자는
게 회사의 기본 입장"이라고 전한다.

이 방법은 SAP 본사에서도 채택할 예정이다.

제일제당은 오라클의 직급파괴에 관심을 갖고 사내방송으로 이를 소개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아직은 관심 수준이지만 궁극적으로 이것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작기업인 LG-EDS는 98년부터 EVA(Economic Value Added) 개념을 경영에
도입, 97년보다 경상이익을 40%이상(1백84억원) 높이고, 부채비율은 8백69%
에서 3백2%로 낮췄다.

능력에 따라 억대의 인센티브를 주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4년차 대리에게 신기술 개발공로로 2억원을 줬다.

LG전자는 인재 스카우트를 위한 계약금에 제한을 없애고 획기적인 성과를
내면 1억원까지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대우통신은 해외영업부서 임직원과 주재원들에게 올 4월 국제상거래와 관련,
외국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지 않는다는 서약을 하도록 했다.

전통적인 팀워크 중시주의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낸 경우도 있다.

한국후지쯔는 지난해부터 성적에 따라 팀별로 보너스를 받는다.

평균 6백50%를 받는 가운데 최고 부서와 최하 부서의 보너스액수 차이는
1백75%에 달한다.

대부분 업체의 매출이 줄어든 98년 한국후지쯔는 20% 성장을 기록했다.

이 회사 김병원이사는 "지나친 개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려 마련한 제도로
좋은 결과를 냈다"고 전했다.

이밖에 대기업의 핵심역량 강화, 부채 줄이기, 분사, 자산효율 극대화전략
등은 대부분 외국 우량기업을 모델로 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용되는 서구기업의 방식이 최고냐는
질문에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잘 나가던 70~80년대에는 글로벌 스탠더드는 일본식
이었다."(포스코경영연구소 윤재호연구원).

지금 연공서열 종신고용 등을 축으로 하는 일본식이 평가절하되듯 서구식
기법도 헛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 4월 상공회의소는 "미국식 경영감독 감시제도를 무작정 도입할 경우
경영 자체가 불안해질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