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부사업을 빅딜할 차례다"

전국 각 지역에서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투자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새 경제팀 출범을 계기로 경제계에서 나오고 있다.

공항 자유도시 테크노파크 건설 등 대규모 투자사업들이 지역특성이나
투자타당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없이 과잉중복 투자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형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는 더 시급한 국가사업 투자를 못하게 할뿐
아니라 재정적자를 초래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만성적인 재정적자는 중남미 국가들처럼 경제위기를 반복하는 원인이 될수
있다.

존 다즈워스 IMF(국제통화기금) 서울사무소장도 최근 "더이상 정부의
부양책이 필요차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적자 축소의 필요성을 강조
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구상과 영종도 자유도시 계획이 중복투자의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도는 최근 관광객들이 마음대로 드나들수 있는 관광자유도시를 만든뒤
2010년에는 비즈니스 금융 등을 포괄하는 업무형 국제자유도시로 발전
시킨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장기적으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업무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국토종합계획 4단계에서 영종도를 2020년까지 국제자유
도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국내에 두 개의 홍콩이 만들어지게 된다.

기획예산처 관계자조차 "국제자유도시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점을
감안할 때 국내에 두 개의 "홍콩"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또 "허브공항이 가까이 있고 금융과 물류가 뒷받침돼야 다국적기업들을
유치해 국제자유도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국이 상해 푸동지구를 국제자유도시로 키우고 있고 홍콩공항과
일본의 간사이공항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동북아지역의 국제자유도시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
자유도시를 2개나 만들 경우 재정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천과 경기도가 거리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송도와 일산에 각각
전시장면적 5만평 규모의 종합무역종합전시장 설치를 추진하는 것도
마찬가지 사례.

아시아 최대규모의 전시장이 불과 몇십km 간격으로 설치되는 셈이다.

거의 매일 국제회의가 열릴만한 여건이 갖춰져 있는 도시에 세우는
컨벤션센터(대형국제회의센터) 사업도 정부가 확정한 서울과 부산 제주 외에
인천 대전 수원 고양 안산 부여등이 각각 추진중이다.

문화관광부의 오철민 관광기획과장은 "국내에 컨벤션센터는 3개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당초 두개 대학을 정부가 집중 지원해 특정분야의 첨단업종을 육성하려던
테크노 파크 계획도 각 지자체들이 뛰어들면서 백화점식 기술센터로 전락,
당초의 취지가 실종된 상태다.

지난 94년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5개에서 출발한 관광특구의 경우
지자체들이 정치권을 앞세워 로비를 벌임에 따라 19개로 늘어났다.

예산이 분산돼 제대로 지원도 받지 못한채 특구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국가 프로젝트가 로비에 밀려 나눠주기식이 돼버린 셈"(김상태 관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이라는 지적이다.

또 웬만한 지자체들은 컨벤션센터 미디어밸리 멀티미디어영상단지 등 유망
하다는 사업에는 모두 참여의사를 밝혀 놓은 상태다.

이같은 중복투자는 "비용과 효과를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는 지자체들 탓"
(문화관광부 이보경 과장)이 크다.

그렇지만 정부업무의 중복이라는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테크노파크는 산업자원부가, 멀티미디어영상단지는 문화관광부가 각각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름만 다를 뿐 마찬가지 사업이라는 반응이다.

이병록 인천시 투자진흥관은 "뚜렸한 목표와 기본 틀을 잡지 않고 추진한
하는 중앙정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크노파크사업의 경우 적합한 지역조건과 환경에 대해 똑 부러지는
조건을 제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토연구원의 박양호 박사는 "국토종합계획이 있지만 국토가이드라인
역할이 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예산청장을 맡았던 안병우 중소기업특위위원장이 "종합적인 국가발전 전략
테두리안에서 지역사업의 연관성을 높이고 과잉중복투자를 막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되풀이 강조할 정도로 중복투자의 폐단이 심각하다.

이처럼 중복투자 등 방만한 재정운용이 지속되는 경우 남미국가나 선진국
처럼 만성적자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용환 상무는
말했다.

재정적자로 위기를 맞은 남미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다즈워스 IMF(국제통화기금) 서울사무소장도 최근 "국내소비가 활기를
되찾음으로써 더이상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정적자 축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김성택 기자 idnt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