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전국을 휩쓴 "체르노빌(CIH)바이러스 대란"은 건설현장 항공운항
등 곳곳에서 보여준 한국 사회의 "안전 불감증"이 어느정도 심각한 수준인가
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CIH바이러스가 4월26일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것은 이달들어 여러차례
예고됐었다.

신문 방송등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PC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주의를 촉구했다.

그런데도 수십만대의 PC가 망가지는 것을 이용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보고
있어야만 했다.

일반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정보보안을 담당하는 컴퓨터관련 시스템관련
업체, 심지어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마저 CIH바이러스에 꼼짝못하고 당했다.

전문가들은 컴퓨터 복구에 드는 직접적인 비용만 1천억원, 자료파괴나 기회
손실등을 감안하면 이번 CIH대란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수천억원에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같은날 CIH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가 겨우 수십대에
불과했다.

이는 CIH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미국내 각 바이러스 연구소들이
백신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집중적 로 예방방법을 전파하는 등 충분한 대책을
세웠기 때문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인터넷시대의 암으로 일컬어지는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한국사회의 대응
능력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당국이나 기업, 일반 PC사용자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무방비상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히 정부당국의 자세는 할말마저 잊게 만든다.

CIH의 파괴력을 강력하게 경고해온 바이러스백신업체에 대해 당국에서
"공연히 사회의 불안을 조장하지 말라"는 식으로 "역경고"까지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번 CIH 바이러스피해는 Y2K(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문제)가 일으킬 수 있는 "대재앙"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지적한다.

파괴력에서 비교가 안된다.

CIH는 PC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피해가 이 정도에서 그쳤다.

그러나 Y2K는 모든 종류의 컴퓨터와 전산망에 영향을 줄수 있다.

전산망전체를 통제하는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 경우 발생할 피해는 금융
생산현장 원자력 국방 등 전체 산업및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처럼 "설마"하고 손놓고 있다가는 엄청난 재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27일 "사후 약방문"격인 컴퓨터바이러스대책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Y2K는 사후대책이 아예 필요없게 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정부와 기업, 개인 모두가 컴퓨터 재앙의 심각성을 다시한번 인식하고
물샐틈없이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CIH는 경고하고 있다.

< 송태형 기자 toughl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4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