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 옆에 분당".

신도시 분당에 사는 주민들이 자신의 동네를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이렇게 부르는 표정이 아주 즐겁다.

분당은 한동안 아파트만 우뚝 섰지 살기에는 불편한 동네였다.

변변한 상점 하나 없어 주민들은 차를 타고 서울 강남이나 잠실로 나와서
쇼핑을 해야 했다.

이곳에 뉴코아백화점이 할인점 킴스클럽을 처음 개장한게 지난 95년.

그리고 불과 3년여만에 분당은 국내외 할인점들이 일대 격전을 벌이는
치열한 전쟁터로 변했다.

지금 분당에선 택시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일반버스마저 운행이 뜸하다.

빈 거리를 백화점 할인점 스포츠클럽 등이 돌리는 셔틀버스가 활보하고
다닌다.

택시기사 박종화씨는 "분당지역에만 2백여대의 셔틀버스가 돌고 있다"며
"공짜버스가 자주 돌아다니니 주민들은 특별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를
못느끼는 것 같다"고 불평했다.

분당이 천당인 이유는 또 있다.

이곳은 현재 전국에서 가장 물건값이 싼 곳에 속한다.

야탑-서현-백궁-미금 등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노선을 따라 대형 할인점들이
3~4km 간격으로 들어서 있다 보니 하루 사이에도 수차례씩 가격인하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12만가구 거주인구 48만명의 분당엔 현재 백화점 3개점, 할인점 7개점이
영업중이다.

E마트 킴스클럽 마크로(월마트) 까르푸 등 내노라 하는 유통업체는 모두
들어와 있다.

업체간에 "과잉경쟁" "포화상태"란 비명이 나올 정도다.

분당상권은 벌써 두차례의 치열한 가격전쟁을 겪었다.

1회전은 지난 96년 킴스클럽과 E마트가 벌였다.

시장을 선점한 킴스클럽에 후발업체인 E마트가 "최저가격제"로 도전한 것.

이 싸움은 인하경쟁을 견디지 못한 킴스클럽이 부도나며 E마트의 승리로
끝났다.

분당은 금주부터 가격파괴경쟁의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28일 문을 연 롯데백화점의 마그넷(할인점) 서현점이 개점 사은행사로
배추 1포기를 1백원에 내놓는 등 초특가 경쟁에 불을 댕기자 인접한
삼성플라자와 E마트도 역시 가격인하로 맞불을 놓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1일 분당점 오픈에 맞춰 대대적인 깜짝쇼와 판촉공세
를 펼칠 계획으로 있어 경쟁업체들은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