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꽃들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내는 봄이 오면 유난히 고생하는
사람들이 있다.

꽃가루에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사람들이다.

알레르기는 과민한 항원-항체반응이다.

우리 몸에 해로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항원이 침입했을때 이에 대응
하고 공격하는 항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음식물 약물 꽃가루 등이 들어왔을때도
과민반응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봄철만 되면 "감기가 떠나지 않는다" "콧물이 흐르고 눈꺼풀이 가렵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봄에만 알레르기가 나타난다면 주범은 꽃가루다.

그러나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관지천식이 심해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비염의 증상은 물같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연속적인 재채기에 양쪽 코가
번갈아 가면서 막혀 목소리까지 변하는 증상이다.

대부분 발작적으로 생기며 아침기상시 또는 세수할때 가장 흔하다.

알레르기성 기관지천식은 폐로 공기를 들여 보내는 기관지에 염증반응이
일어나 생간다.

알레르기성 비염보다는 발병률이 낮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심하고 어떤
경우에는 치명적 질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기침 천명(숨쉴때 쌕쌕 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등이 특징적 증상이다.

<> 원인은 꽃가루 =봄에는 나무,초여름에는 잔디, 초가을에는 잡초의
화분이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봄에 피는 꽃은 대부분 나무의 꽃이다.

벚나무 개나리 진달래 장미 백합같은 향기좋은 꽃은 충매화이므로 바람에
잘 날리지 않고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반면 풍매화로부터 공중으로 날리는 꽃가루는 코와 기관지로 들어와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된다.

봄철에는 오리나무 소나무 느릅나무 자작나무 단풍나무 버드나무 참나무
일본삼나무 등이 있다.

3월에 시작해 4~5월에 절정을 이룬다.

5월에 버드나무 사시나무 플라타너스에서 날리는 솜털은 꽃가루가 아니라
씨털로 직접적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하지는 않고 점막을 자극해 알레르기
증상을 악화시킨다.

초가을에는 두드러기쑥(돼지풀) 환삼덩쿨 등의 잡초 화분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날리는 꽃가루 양이 많을수록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진다.

장마철과 겨울철에는 꽃가루가 날리지 않으므로 증상이 사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 알레르기 증상 =꽃가루는 아침 이슬에 맺혀 있다가 이슬이 증발될때
대기중으로 날리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재채기 콧물 코막힘 눈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심해지면
꽃가루 알레르기를 의심할수 있다.

전신에서 열감 피로감 통증같은 증세를 느끼는 것을 건초열이라고 하는데
감기 몸살 증상과 비슷하다.

꽃은 매년 일정한 시기에 피므로 알레르기성 질환이 매년 일정한 계절에
주기적으로 발병해도 꽃가루 알레르기로 볼수 있다.

사람에 따라 원인 꽃가루가 다르기 때문에 증상이 발생하는 시기도 사람에
따라 다르다.

원인 꽃가루를 찾기 위해서는 환자의 거주지역, 발병시기, 항원에 의한
피부반응검사, 혈액검사소견 등을 종합 분석해야 한다.

꽃가루는 매우 멀리 날리기 때문에 제주도를 제외한 거의 전지역이 꽃가루
영향권에 들어 있다고 볼수 있다.

집주위에 꽃가루를 날리는 나무가 없다하더라도 멀리 있는 산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꽃가루에 의해 알레르기성 질환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

<> 알레르기 치료법 =근본적 치료는 꽃가루를 회피하는 방법이다.

이를 실천하려면 원인 꽃가루를 정확히 확인한후 그 꽃이 피는 계절에는
되로록 외출을 삼가고 방문을 잘 닫아놓아 꽃가루가 외부에서 실내로 유입
되는 것을 차단하여야 한다.

날씨가 더우면 문을 닫은채 에어콘을 가동하는 것이 꽃가루를 차단하고
제거하는 좋은 방법이다.

외출할때는 미세한 먼지까지 걸러내는 특수필터가 장착된 꽃가루용 마스크
를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헝겊으로 만들어진 일반 마스크는 별 효과가 없다.

회피요법은 철저하게 시행하면 이론적으로 매우 효과가 좋으나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난관이 많다.

요즘은 눈 코 기관지에 직접 투여하는 약물로 증상을 줄여주는 대증요법이
보편화돼 있다.

효과가 확실하고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미량 주사로 투여해 면역체계가 더 이상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도록 면역요법도 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 정종호 기자rumba@ >

[ 도움말 :민경업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이상무 을지의대 을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