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리엄 데일리 미국 상무장관은 "투자촉진단"을 이끌고 오는 것으로 알려
졌다.

막상 25일 입국 이후 활동을 보면 "통상압력단"으로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이번 방한은 작년 6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것이다.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미국기업의 한국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컨대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미국정부는 물론 기업
들도 돕겠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이번 사절단의 한국에서의 활동도 공식적으론 27일 열리는 한.미
기업협력위원회에 맞춰져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실제활동을 보면 경협촉진은 뒷전이고 통상현안을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나가는 것이 방한목적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선 단장격인 데일리 상무장관의 입국 기자회견에서부터 그랬다.

정부부처를 돌면서 나눈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business development
mission" 이라는 사절단 명칭이 무색할 정도다.

양국 기업활동(business)을 촉진(development) 하기보다는 스크린쿼터제
에서부터 철강마찰에 이르기까지 통상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한국측이 학수고대해온 투자문제에 대해선 "미국은 투자할 태세가 돼있는데
한국의 수용태세가 덜 돼있다"는 식이었다.

한술 더 떠서 한국이 통상문제 해결을 위해 성의를 보여야 투자도 이뤄진다
는 논리를 폈다.

투자협정과 스크린쿼터가 바로 그 케이스다.

한국이 달러가 아쉬워 투자협정을 맺자고 먼저 제의한 처지에서 이미 들어온
미국영화에 스크린쿼터를 적용하는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데일리 장관은 입국회견 첫 머리에서부터 딱 잘라 말했다.

"연예사업은 미국의 최대수출업종이다. 잭 발렌티 영화제작자협회장이
동행한 것도 한국영화시장 개방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서다"

미국측 분위기가 이런데도 한국측은 투자유치를 극대화한답시고 외교부
통상교섭본부 대신 산업자원부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상대는 온통 통상
얘기뿐이었다.

더욱이 재경부와 외교부는 들어온 미국자본이 유사시 급속하게 빠져나갈
경우 규제방안을 놓고 티격태격해왔으니 실로 "코미디"를 한 셈이다.

이제 경제위기를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만큼 "미국은 우리 처지를 감안해서
한 수 접어줄 것"이라는 생각을 빨리 떨쳐버려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 대미통상에서 "동상이몽"이 길어질수록 결국엔 약자인 한국만
"왕따"당할 것같아 걱정된다.

< 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