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을 한 차원 더 높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초석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한.일 경제협력 의제 21"은 양국 사이의 경제관계를
더욱 긴밀화하여 두 나라가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의제 21"은 기본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교역에 장애가 되고 있는
각종 규제와 경제 제도의 차이를 없애기 위한 방편으로 채용된 것이다.

선언적 수사보다 협력을 위한 본질적인 구체적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두나라 정부의 안전규격을 상호 인정하고, 규격을 표준화하는데
협력키로 합의한 것은 한.일 양국 경제와 산업의 동질성을 높일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받고 있다.

우선 양국이 KS(한국공업표준)와 JIS(일본공업표준) 등의 안전규격을 상호
인정할 경우 상대방 국가로 제품을 수출할 때 별도로 안전규격을 따내지
않아도 돼 수출입이 국내 기업간 거래처럼 원활해질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이와 함께 오는 2001년 발효를 목표로 한 한.일 투자협정을
조기 체결하고 작년10월 서명된 이중과세방지 협약을 조기 발효시켜 자본과
인적교류를 늘리는 기본여건을 조성키로 했다.

이중과세방지협약의 경우 양쪽에서 이중으로 다양한 종류의 세금을 냄으로써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일본 자본의 한국유입과 한국 인력의 일본진출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더욱이 "경제협력 의제 21"은 이처럼 양국간의 비관세 장벽을 제거해
나가는 촉진제가 되어 장기적으로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목표로 한
사전 정지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오부치 총리가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해
지지 입장을 표한 것도 큰 소득이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양국간에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으나 이를 해소하게 됐다.

더구나 오부치 총리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까지 밝혀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는데 보탬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설"이
설득력을 잃게 만들어 대북 문제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태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 김수섭 기자 soosu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