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한국의 산업경쟁력을 좌우할 산업기술정책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산업기술정책의 부재로 기술개발투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그나마 중복되기
일쑤여서 투자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8일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관련연구소 등에
따르면 연간 2조7천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기술정책이 <>중복
투자 <>프로젝트간 조정.평가시스템 미흡 <>부처간 이기주의 등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처별로 엇비슷한 연구개발 사업에 몇천억원씩 중복투자하는 바람에
기술정책이 갈수록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이후 민간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는 크게 축소
됐다.

민간의 연구개발투자는 지난해 12.3%나 줄어든 이후 올해도 1.2%의 감소세
(사업기술 진흥협회 추정)를 나타내는 등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쪽의 연구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산업자원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 등 부처마다 종전의 투자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나 중복투자로 인해 재원의 낭비와 비효율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기술경쟁력이 형편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이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면에선 세계 7위를 차지하는데도 기술
경쟁력 순위로는 28위로 밀려 있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보고서
(98년판)가 이를 잘 말해 준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기업간 기술협력은 43위, 기술개발의 사업화 정도는
26위라고 각각 밝혀 기술개발의 낙후성을 단적으로 지적했다.

이처럼 과학기술정책이 표류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기술개발투자 및
관리체계가 일원화돼 있지 못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자원부는 공업기반기술 개발사업, 과기부는 특정연구개발사업,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 연구개발사업이란 이름으로 기술개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비슷한 성격의 과제다.

특히 기술개발 통합관리를 위해 정부출연연구소를 모두 총리실 산하 연합
이사회로 이관키로 했으나 구체적인 후속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해외로 빠져 나가는 것도 바로 과학기술정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후 대덕연구단지에서 정부출연연구소 석박사급 고급 연구인력만
5백명 까까이 해외나 대학으로 이탈했다.

민간연구소의 경우 모기업의 조직축소 등으로 더 심해 약 3천여명이 다른
곳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봉균 청와대 경제수석도 최근 한국공학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국가경쟁력의 원천은 기술경쟁력에서 나온다"며 "IMF 위기를 초래한 원인의
하나는 기술혁신을 가로막는 경제구조적 모순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산업기술 행정조직과 예산편성 체계를 효율성 위주로
수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정구학 기자 cgh@ 정종태 기자 jtch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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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기술정책 중복사례 ]

<> 기술개발

- 산업자원부 : 공업기반기술개발사업 2,531억원
- 과학기술부 : 특정연구개발사업 3,302억원
- 정보통신부 : 정보통신연구개발사업 4,056억원

<> 산학연 공동 연구단지

- 산업자원부 : 테크노파크(6개) 지역기술혁신센터(6개)
- 과학기술부 : 우수연구센터(45개) 지역협력연구센터(28개)
- 정보통신부 : 한국소프트웨어지원센터(6개)

<> 기술정보공급

- 산업자원부 : 산업기술정보원
- 과학기술부 : 연구개발정보센터

<> R&D사업관리

- 산업자원부 : 산업기술평가원
- 과학기술부 : 과학기술평가원
- 정보통신부 : 정보통신연구진흥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