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어느 때보다 많은 5백여건에 달하는 법률
안을 심의해야 한다.

법제처는 19일 정부가 이미 제출했거나 제출할 예정인 법안 중 이번 정기국
회에서 통과가 요망되는 법안은 총 3백90여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 제출 법안 가운데 약 2백70여건을 심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규제개혁의 속도가 빨라져 이처럼 법안이 대폭 늘어났다.

국회에는 또 3백8건이 의원발의 법안이 계류 중이어서 이중 1백여건은 이번
회기내에 심의가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여야는 이들 법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위해 지난 17일부터 "여야 경제협의회"
를 본격 운영하고 있다.

여야는 예산안에 부수된 각종 조세관련 법안과 상법 등 구조조정 지원법률안
에 대해서는 큰 의견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경제협의회를 통해 조세감면규제법과 법인세법 소득세법 상속세법
산업구조고도화촉진법 등 28개 법률안을 회기내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고
다른 법안에 대한 심의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협의회에서 여야는 변호사 회계사 등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내용
의 "부가세법 개정안"에 대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교육세 폐지를 위한 법제정안 등에 대해서는 여야간 견해차가 큰데다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기류가 형성되고 있어 국회 심의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 처리가 어렵거나 통과되더라도 내용이 상당부분 수정
될 가능성이 높은 주요 법안들을 간추린다.

<>부가세법 개정안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전문인력에 부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이 법안은 지난 2월 국회에 상정됐으나 임시국회에서 보류된 이후
17일 열린 여야 경제협의회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경제협의회에서 세수확보와 조세 형평을 위해 원안대로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주장이 많았으나 부가세를 부과할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
에 소득세 추징을 강화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아 결론
을 내지 못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김대중 대통령은 부당 내부거래 조사에 한해 향후
3년간 한시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좌추적권을 부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물론 공동 여당인 자민련 의원들 조차 금융거래
비밀보장에 문제가 생긴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법안이 제대로 상정될
수 있을 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여야 경제협의회는 마사회를 농림부로 이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정부조직법 통과가 보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사회가 이미 축산 농가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을 충분히 마련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경마는 스포츠로 봐야 한다"는 문화관광부측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도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이 대통령 공약사항이긴
하지만 문화관광부가 상당수 의원들을 이미 설득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야 정책위의장들이 합의했지만 법안 통과는 아직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 "중앙인사위원회"설치에 대해 한나라당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인사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대통령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되는 데다 공무원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세체계의 간소화 및 특별회계 정비 등에 관한 임시조치법 제정안 =농어
촌특별세 교육세 등 목적세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농림해양수산위 및 교육위
소속 의원들은 물론 "경제통"으로 불리는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가 집행해야 할 사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적세를 폐지할
경우 해당 사업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별도의 세수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목적세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여야가 한 목소리로 법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국민회의 박광태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현재 전국의 16개 공항은 공항관리
공단이 통합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인천 국제공항만 별도의 법인이 관리하게
될 경우 공항 간 연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당에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설립되면 다른 공항에 대한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 법안이 올해안
에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구조조정 특별법 =여야는 경제협의회를 통해 한나라당이 추진중인
구조조정 특별법을 3당이 함께 제정하기로 합의했으나 입안 과정에서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정부는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미 기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세법 등 개별 법률안이 이미 개정됐거나
개정될 예정인 만큼 특별법을 따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여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기업측에 유리한 법안을 만들 경우 주주와 채권자는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3당이 공동안을 합의해 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타 =국민회의가 주도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부패방지법 처리문제도
특별검사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간 견해차로 난항이 예상된다.

여권은 특검제 도입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소극적 입장을
보이면서 사실상 도입불가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야당은 특검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김남국 기자 nk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