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중단없는 "전방위"사정 원칙을 고수키로 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의원직 총사퇴라는 극한 투쟁을 선언함으로써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미속으로 빠져들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17일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을 통해 "사정이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라며 정치권에 대한 강한
사정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에 따라 이미 검찰수사로 사법처리됐거나 소환통보를 받은 한나라당
서상목 백남치 오세응 의원 등 8명 외에 10여명의 정치인이 곧 추가로
소환될 전망이다.

국민회의는 이날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주재로 당3역 회의를 열어 국세청
사건은 정치자금 모금이 아닌 "세도사건"인 만큼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하며 의원 개인비리도 정치개혁 차원에서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대행은 "사정은 절대로 여야 차별없이 진행되며 표적이나 보복적 사정은
있을 수 없다"면서 "검찰이 공정 수사로 법의 의거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
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의원직 총사퇴 결의와 관련, 정동영 대변인은 "국민이
위임한 의정활동을 해태하겠다고 결의한 것은 해괴한 일"이라며 "국회로
돌아오라는 국민들의 뜻을 저버린 "청개구리"같은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또 이번주까지 한나라당이 국회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자민련과 협의를 거쳐 내주부터 구조조정 및 실업대책 관련 법안 1백44건을
우선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날 국회에서 이회창 총재 주재로 의원총회를 열고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이날 참석한 90여명의 의원들은 즉석에서 사퇴서를 작성, 지도부에 제출
했으며 사퇴서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당 지도부에 일임키로 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야당 파괴에 대해 끝까지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나 자신부터 명예롭게 생을 마감할 각오가 돼 있다"며 강력한 대여
투쟁의지를 다졌다.

한나라당은 또 성명을 통해 "현정권의 파렴치한 음모와 공작에 의해 야당은
말살되고 의회 민주주의는 조종을 울릴 위기에 처했다"며 "이제 우리는 DJ
정권에 맞서 오로지 국민들을 믿고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와관련, 19일 울산시지부 사무실에서 야당파괴저지 현판식을
갖는다.

이어 이날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부산 울산 경남지역 합동으로 대규모
규탄대회를 개최, 현 정부의 "야당파괴 공작"을 집중 성토키로 했다.

또 상황에 따라 다음주 서울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갖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는 등 대여 투쟁의 수위를 단계별로 계속 높여간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 한은구 기자 to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