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에서 8월 3일 사이에 대전으로 청사를 옮기는 중소기업청의
K사무관은 요즘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청사 이전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분양받은 대전 공무원 아파트(24평형)에
입주할때 잔금을 치러야하는데 전세금 파동으로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상계동
아파트의 전세가 빠지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잔금을 내지 못하면 분양가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물어야하는
상황이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비단 K사무관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대전으로 청사를 옮겨야하는 조달청 통계청 관세청 병무청 등 청 단위 기관
4천여명중 전세로 살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는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IMF한파로 불어닥친 전세파동이 공무원 사회만 예외로 비껴가는 것은
아니기때문이다.

특허청 P국장이나 철도청 K과장은 전세금을 빼야하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무원 아파트를 분양받기위해 금융기관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았는데
금리만으로도 매달 60~70만원씩 갚아나가야 한다.

"같은 공무원인데 우리만 생돈을 들여야하는 것 같아 불공평하다"며
불만들이다.

"생이별의 아픔"도 돈 못지않는 걱정거리다.

이런 경향은 제법 장성한 자식을 둔 공무원이나 맞벌이 부부 공무원들에게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조달청의 H서기관은 고등학교 2년생인 아들이 "왜 시골에 가야하느냐"며
이사를 반대해 고민중이다.

정부청사 주변의 교육여건은 서울 웬만한 지역에 못지않건만 아무래도
낯선 곳에 가서 새로 적응해야하는 어려움이 지역행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다.

중기청 L사무관은 지난해초 지방근무를 하던 부인이 가까스로 서울로 옮겨
같이 살면서 딸을 낳았으나 맞벌이 부부여서 딸을 시골에 맡겼다.

L사무관은 대전으로 옮기게 되면 이번에는 모두가 이산가족이 된다고
울상이다.

같은 중기청의 L주사도 부인이 서울에 직장을 갖고 있어 함께 내려가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대전에 월세방을 얻을 생각이지만 월 생활비로 50~60만원은 들것
같아 큰부담을 느낀다.

단신부임을 생각하는 공무원들은 의외로 많다.

9백70명이 이전 예정인 특허청에서는 최근 조사결과 약 45%가 혼자 내려가겠
다고 답했다.

2백76명이 이전하는 중기청도 ''두집살림'' 비율이 30%에 이른다.

조달청같은 경우 지난 일요일인 19일에는 직원 대부분이 거주할 방을
알아보느라 대전에 내려가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되자 조달청에서는 임대주택 40가구와 아파트 6가구를
전세계약해 우선 2백여 직원의 거주문제를 해결했으나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이처럼 단신부임 또는 출퇴근 공무원들이 많음에 따라 재경부의 한 국장은
이제부터 산하 청 공무원들과의 회의는 주로 토요일 오전에 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밝히기도 했다.

회의를 빌미로 금요일 오후에 서울로 올라오게 해 하룻밤 가족들과 보낼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이다.

일부 청단위 공무원들은 대전으로 내려가지 않기위해 다른 부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치기도했다는 후문이다.

대전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출퇴근을 한다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하행선 공무원열차의 서울역 출발시각은 오전 6시25분이고 상행선은 신탄진
역에서 오후 7시5분에 떠난다.

영등포나 수원 등 중간 정차역 부근에 살면 그나마 다행한 경우다.

서울 북쪽에서 출근하는 공무원들은 신새벽에 집을 나서야한다.

또 업무를 하다보면 퇴근열차 시각을 못맞출 수도 있다.

업무 효율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공무원 입장에서 볼때 대전청사 이전이 달갑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들 표현 그대로 "강제이주 생이별"이다.

하지만 이는 어차피 사전에 예감됐던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관련, 대전시 한 관계자의 얘기는 들어볼만하다.

"대덕연구단지 정착에 20년이 걸렸습니다. 한참동안 서울차량 번호판들
달고 다녔죠. 지방세도 못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대전사람됐습
니다. 주거 만족도도 높습니다"

언젠가는 공무원들의고민이 해결되고 결국 청사이전은 ''성공적''이라는 평을
듣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결론이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문제일 따름이다.

< 김호영 기자 hy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