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내부자 거래 근절"을 공식 선언하는 등 공정경쟁 풍토 조성에
나선다.

이는 전경련 회장단이 지난 4일 김대중 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내부거래
를 통한 계열사 지원 관행을 청산키로 약속한데 따른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5일 "정부가 기업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서 공정거래정책의
초점을 경쟁촉진으로 맞추고 있다"며 "전경련 회원사를 중심으로 내부거래를
근절하겠다는 선언을 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이에 따라 조만간 주요기업 구조조정담당자 회의를 열어 내부거래
근절을 포함한 "투명경영선언"을 채택키로 했다.

일부 상위그룹의 경우는 사내에 공정거래위원회를 신설하고 투명경영선언
대회를 갖는 등 "이벤트"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이처럼 내부거래를 앞장서 없애갈 경우 이는 한계계열사의
자연스런 퇴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한계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자금력이 우수한 계열사로
통폐합시키는 자체 구조조정 계획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가 "내부거래" 등 껄끄러운 용어 사용을 마다하지 않고 투명경영 선언에
나선데는 이유가 많다.

우선 내부거래를 근절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택하면 좋은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의무사항으로 투명경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이면 결합재무제표가 의무화된다.

계열사간 거래 사항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에 기업들은 내부거래를 할
수도 없다.

지난 1년간 30대 대기업들의 내부거래는 자금 4조7천억원, 자산 3조3천억원
(공정위 통계)에 이른다.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을 늘리고 대출도 새로 따내던 "호시절"은 끝난
것이다.

재계가 공정한 경쟁풍토 조성에 앞장서는 또다른 이유는 정부가 준 "선물"
에 대한 화답조치로도 해석된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회동에서 소위 "3각 빅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 해당그룹을 비롯한 재계의 부담감을 상당히 덜어줬다.

오히려 수출증대를 위해 총액대출한도를 늘리고 내수진작을 위해 재정적자
를 확대하겠다며 지원조치를 내놓았다.

시장경제에 "민주"자를 빠뜨리지 않은 김 대통령에게 자발적인 내부거래
근절은 만족할 만한 카드이기도 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내부자거래를 근절하면서 공정경쟁 풍토를 만들어
가면 기업구조조정의 속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은 나름대로는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정부로부터는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는 구조조정에 대한 시각차 때문이기도 했다.

기업들은 합작 등을 통한 외자유치를 구조조정의 골자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빅딜 압박"에서 보듯 죽일 기업은 죽이고 넘길 기업은
넘기는 것을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사안으로 봐왔다.

대기업들이 한계계열사에 대왔던 "링거주사"를 떼내면 정부가 요구하는
구조조정의 속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대기업들의 이같은 변화를 정책당국의 압박에 못이긴 "항복"
정도로 낮춰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이미 2차전에 들어서 있는
상태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이 스스로 죽일 기업은 죽이고 성장시킬 기업은
키우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정경쟁풍토 조성은
철저한 시장경제주의로 가기 위해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