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폐회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기획예산처 소관과 인사청문회
도입문제로 여당측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한나라당에 16일 뜻하지 않은
"사고"가 터졌다.

김종호 정재문 박세직 현경대 의원 등 중진 4명이 느닷없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JP 인준동의안"을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회견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박의원이 JP 총리인준 찬성발언을
했다가 소속의원들로부터 "당을 떠나라"는 거센 항의를 받았음에도 불구,
집단 기자회견을 통해 대외 공론화를 시도하고 나선 것이어서 한나라당의
내홍조짐이 표면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이들의 기자회견 소식에 당지도부는 즉각 유감을 표시했고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출당이나 제명조치를 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여당과 막바지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적전분열을
자초한 해당행위라는게 대체적 반응이다.

맹형규 대변인은 "당론에 위배된 행동을 하고 나선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지도부에서 공개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경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득 총무는 "공식 당론이 결정되기 전에 의원 개인의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며 그들도 회견말미에 당론을 따르겠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JP총리 인준동의안 부결 방침이 사실상 당론으로 굳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김의원 등이 굳이 "반기"를 들고 나선데 대해 향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대한 불안감이 그 배경에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의원 등은 이날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가 총리가 된다하더라도 거대한
한나라당이 결코 위축되거나 무너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으나
대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JP총리시대가 열릴 경우 충청권, 대구.경북, 수도권의 구여권이 급속도로
와해될 공산이 크며 이미 그 조짐이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지역의 한나라당 의원 4명이 조만간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각각
2명씩 입당한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또 JP의 지역적 기반인 충청권 일부 의원들과 대선전 자민련을 탈당,
한나라당에 입당한 의원들도 심적으로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만큼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개최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번 임시국회가
끝난뒤 JP 총리 인준동의안이 국회로 정식 회부돼올 경우 의원총회를 소집,
인준에 대한 당론을 결정할 방침이나 그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인준파와 부결파가 맞서는 양상이 격화될 경우 JP인준 동의안이
한나라당 분당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