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당선자가 30대그룹 총수와 한꺼번에 만나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예요.

새정부와 민간경제계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데 큰 도움이 될게
분명합니다"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와
30대그룹회장들과의 회동이 확정된 지난 2일 저녁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 한달보름여간 "빅딜"과 "재벌개혁"등의
이름으로 드라이브를 걸었던 새정부의 경제개혁정책이 다소 완급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였다.

6일 김당선자와 30대그룹 회장간의 회동을 앞두고 재계의 표정이
손부회장의 얼굴처럼 오랫만에 밝아졌다.

김당선자가 이번 만남에서 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로서 재계의 역할을
인정해주는등 공감대 형성에 적지않은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에서다.

우선 중소, 중견기업은 물론 30대그룹까지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고금리
문제에 대해 새정부측이 모종의 조치를 취해줄 계기가 될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거시지표상으로 파악할 때 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각한 실상을
30대그룹회장들이 직접 설명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국제통화기금
(IMF)과 거시지표 재조정 작업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기대인 셈이다.

또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수출입금융에
대해서도 대통령당선자가 관심을보여줄것이란 기대도 하는 눈치다.

수출만 잘되면 외환위기가 조기 극복될 수 있는데도 수출증대의 호기를
금융기관의 비협조로 놓치고 있다는 기업인들의 지적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함께 재계는 이번 만남을 통해 정부와 재계 사이의 많은 오해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계는 새정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새정부
또한 현실적인 수용 가능성을 재계로부터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계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이날 회동에서는 이같은 "당근"외에도 고통분담 차원의 "채찍"도 적지
않을게 분명하다.

소위 빅딜도 기업자율에 맡기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 하지 않아도 되는
과제가 된 건 아직 아니다.

김당선자가 지난달 4대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이미 기업들의 잘못을
엄하게 지적하고 반성을 요구해온 만큼 재계로서는 어던형태든 성의있는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특히 정리해고의 입법화가 초읽기에 들어가 노동계의 피해의식을 달랠 수
있는 재계차원의 성의표시도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전경련은 김당선자와 30대그룹회장간의 회동이 6일로 확정됨에
따라 당초 5일 가질 예정이었던 30대그룹기조실장 회의를 6일 이후로
연기했다.

김당선자와 총수들간의 회동에서 합의되는 새로운 과제에 대한 실천계획을
짜는 자리가 별도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