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세제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쓴 신년휘호는 김당선자의 새해 정국구상의 핵심
화두가 "경제살리기"임을 웅변해 준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1백억달러 조기지원과 미국 일본 유럽 금융기관의
단기외채 기간연장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경제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당선자는 외환위기를 해소하기위해 넘어야할 난관이 아직 많으며 더욱
심각한 위기상황은 대통령 취임전에 밀어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다.

이 때문에 새해 정국구상은 재임 5년의 장기구상보다는 집권초기 안정기반
다지기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김당선자는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것 못지않게
외국자본이 유입될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경제개혁이 화급하다고 본다.

이 가운데 2월초 입법화될 "정리해고" 문제를 가장 어려운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정리해고와 대량실업 사태는 새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심각한 정치.사회적 위기를 불러들일 수도 있다.

이로인해 자칫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용도가 최악의 상태로 몰려
외환위기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당선자는 이에따라 우리 경제를 살리기위해 불가피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정리해고제를 정치적 사회적 마찰없이 도입하는 해법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당선자의 한 측근은 "노동계가 새정부를 믿고 따를수 있는 사회보장과
고용안정에 관한 비전을 구상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당선자는 오는 11일 또는 18일께 대통령당선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국민과의 TV대화를 노동계와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김당선자는 이와함께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일 계획이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이번만은 고난극복의 과정에서 고통이 고르게 분담
되어야 한다"며 대통령과 청와대부터 먼저 고통분담에 앞장서겠다고 다짐
했다.

김당선자측은 우선 올해 공무원채용규모부터 지난해의 절반수준으로 줄였다.

청와대와 정부조직의 축소개편도 이러한 차원에서 조기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김당선자는 고통분담 문제와 관련, "기업이 고통분담의 큰 몫을 차지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IMF가 요구하는 안정.개방.개혁과 투명성확보는 자발적으로라도 시행해야
할 과제이며 내부의 저항과 제약 때문에 이루지 못했던 개혁들을 이번
기회를 전기로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당선자는 경제살리기의 연장선상에서 미국 일본을 순방하는 등의 외교
구상도 할것으로 보이며 경제회생에 도움이 되느냐의 여부를 기준으로 정부
조직개편과 내각인선의 방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체제를 정비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집권여당에 걸맞게 정책기능을 강화하여 국정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비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여소야대 정국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제약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점을
감안, 안정적인 의석확보를 위한 정계개편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이다.

김당선자의 새해구상은 "위기관리능력"을 가혹하게 시험하게 될 취임 1년은
다시한번 더 "준비"하는 과정임에 분명하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