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쇼크의 영향으로 그동안 불경기와 이미지추락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IMF한파로 실업공포증이 확산되면서 다단계판매시장에 주부 자영업자
직장인 등이 몰려들어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외제기피풍조와 퍼지면서 국내업체 강세, 외국업체 약세라는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있다.

진로하이리빙 노이폼하우스등 중저가의 생활용품 판매를 지향하는
다단계판매업체들은 실업을 걱정하는 사람들의 잇단 회원가입으로 모처럼
영업활성화의 호기를 맞고있다.

여기에다 외국업체에서 디스트리뷰터(판매원)들이 속속 옮겨와 그동안
침체됐던 사무실이 다시 북적대기 시작했다.

진로하이리빙이 매주 1회 여는 사업설명회에 참여하는 신규회원은
1백명에서 2백명으로 급증했다.

직장인들을 위해서는 퇴근이후인 저녁 7-8시에, 남편을 도우려는
주부들을 위해 오후 1-2시에 설명회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들 설명회에는 최근의 취업대란을 반영, 졸업을 앞둔 잠재 실업군층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다.

노이폼하우스의 경우에도 등록회원이 지난달말이후 매주 3백-4백명씩
늘고있다.

조기퇴직자와 자영업자들이 주종을 이루는 이들 신규회원은 등록만 해놓고
실제활동은 없는 종전과 달리 처음부터 적극적인 회원유치활동에 나선다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반면 한국암웨이 뉴스킨코리아등 외국계 메이저업체들은 환율상승과
근검절약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로 매출액과 이익감소, 디스트리뷰터
이탈이라는 악재에 시달리고있다.

이들 외국업체는 이같은 3중고에서 벗어나기위해 국내 제조업체들과의
제휴등을 통한 현지화전략에 적극 나설 움직임이다.

한국암웨이는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부합할수있는 현지화전략이
시급하다고 보고 원포원(One For One)계획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미국본사에서 수입하는 완제품 하나와 이에 대응하는 국산품
하나를 시장에 동시에 시판한다는 것이다.

한국암웨이는 국내업체와의 제휴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향후
2년내에 제품의 25%를 국산품으로 대체한다는 구상이다.

다단계판매시장에 이같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가장 큰 동력은 IMF쇼크로
인한 실업공포신드롬으로 분석된다.

배기정 한국방문판매업협회 전무는 "극심한 불경기때문에 아직 낙관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내년에 양산될 실업자들이 다단계판매업체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

다단계판매업계가 이처럼 재도약의 호기를 맞고있지만 성장가도를
달리기위해 넘어야할 벽이 적지않다.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불건전영업을 하는 일부 업체들 때문에
일반인의 인식이 좋지못하다는게 가장 큰 장벽이다.

고동호 진로하이리빙 사장은 "상위판매원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수입을
안겨주는 수당체계와 고가품일변도의 영업은 다단계판매에 대한 환상과
좌절을 잇따라 심어줘 결국 다단계판매의 발전을 더디게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창동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