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정책 운영권한 >

경제전문가들에게 경제불안감을 해소하고 대외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 새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에 대한 실질권한의 이양여부를 물었다.

응답자의 91%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속히 권한이양이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현 대통령이 새 당선자의 의견을 감안하는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의견은
5.4%, 현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마무리 해야 한다는 지적은 2.7%에 각각
그쳤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강한 불신 및 실망이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 IMF 재협상론 >

차기정부가 IMF와의 협상내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절대다수(87.4%)가 기본합의사항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부사항에 대한 재조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기본합의 사항에 대해서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은 11.2%에
그쳤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기본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이 전체 평균(11.2%)보다 2배 가까이 높아 IMF와의 합의사항중 강도높은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금융인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 부실금융기관 처리방안 >

정부부담이 늘어나더라도 부실금융기관을 최대한 구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13%에 그쳤다.

반면 인수합병, 강제폐쇄조치 등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80.3%를 차지했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신속한 구조조정을 부실금융기관 처리방안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73.1%에 달했다.

< 세율인상 >

IMF의 요구에 따라 추가적인 세율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어느 부문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응답자의 54.8%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소비세를 꼽았다.

이어 소득세(18.3%) 법인세(13.2%) 순이었다.

그러나 과세기반을 넓히고 탈루세원에 대한 징세노력을 강화하면 굳이
세율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13.7%)도 만만치 않게 제시됐다.

< 대기업 정책 >

IMF가 대기업그룹의 결합제무제표 의무화 등의 요구를 계기로 경영투명성
및 재무관련 요건을 대폭 강화하자는 의견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을 상회했다.

공무원 및 금융기관 종사들이 기업의 경영요건을 대폭 강화하자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기업인들은 IMF와의 필수합의사항외에는 현재의 경제여건을
감안, 지나친 규제는 당분간 유보하자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 금융실명제 개편 >

전체 응답자의 63.7%가 "현행 금융실명제는 자금흐름을 막는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보완 내지 개편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특히 기업인 응답자의 상당수(79.4%)가 금융실명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개편방향에 대해 전면폐지를 주장한 의견은 극소수
(4.5%)였고 "무기명 장기채 등 비실명금융자산의 일부 허용" 의견(33.8%)과
"금융실명제 기조는 유지하되 철저한 비밀보장"을 촉구하는 견해(31.8%)가
주류를 이뤘다.

"금융실명제를 한시적으로 전면 유보"하자는 주장(28.6%)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 SOC투자 재검토 >

IMF가 긴축재정을 요구한 상황에서 경부고속철도 신공항건설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시설(SOC)투자의 축소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응답자의 절대다수(72.1)가 투자축소나 한시적 연기를 주장했다.

응답자의 15.3%는 "무기한 연기"를 내세웠다.

공무원 응답자중에서 SOC투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았다.

영종도 신공항건설은 가급적 예정대로 진행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절대다수의 응답자들은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계속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실업문제 >

내년에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기부양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실업문제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응답자의 56.5%가 "임금삭감이나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해고최소화"를
꼽았다.

"실업률이 다소 늘더라도 확실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견해(41.3%)도
적지 않았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용불안심리가 크게 작용, 해고최소화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시말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융구조개편이나 기업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지지하면서도 해고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다소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실업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아울러
제시됐다.

< 정리해고제 조기도입 >

구조조정을 위해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41.9%)과 해고남발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50.5%)가 엇갈린다.

공무원 및 기업인 응답자가운데 정리해고제를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반면 금융기관과 학계.연구소 응답자중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정리해고제 조기도입 문제도 이해당사자의 이익여부에 따라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어 차기 정부의 정책결정에 관심이 쏠리게 됐다.

< 적정 공무원수 >

현재의 공무원수가 너무 많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응답자의 2.2%만이 현재의 공무원수가 적당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기업인 응답자가운데는 지금 수준의 공무원수가 적당하다는 의견은 전혀
없었다.

현재의 50% 수준이 적당하는 견해가 45.7%, 현재의 70% 수준이 적당하다는
의견은 39.9%였다.

다시말해 현재 공무원수의 최고 절반까지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공무원 응답자 스스로가 공무원수를 더 많이 줄여야 한다고 지적,
눈길을 끌었다.

또 금융기관이 상대적으로 정부규제를 지나치게 받고 있기 때문인지 공무원
수를 현재의 절반이면 적당하다는 의견에 가장 많은 응답을 했다.

< 재경원 개혁 >

현재의 재경원 골격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7%에 불과했다.

어떤 형태로든지 재경원의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이를위해 "재경원 기능은 국고출납 및 징세기능에 한정"하자는 의견이
응답자의 5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경원의 금융정책기능도 한국은행으로 이관 또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24.7%)과 "금융감독기능을 금융감독원이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14.3%)이 뒤를 이었다.

경제전문가들의 이같은 의견제시는 경제위기 책임의 상당부분이 재경원에
있다는 불만이 은연중에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공무원 응답자의 77.8%가 재경원의 기능을 예산부문에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해를 나타내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광범위하게 재경원의 독주 및
비대화를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김호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