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과 기업들의 잇단 부도사태등으로 한국과
거래해온 세계각국의 바이어들과 경쟁기업들,우리 기업의 투자유치를
추진해온 현지 지방정부들이 우리경제의 앞날과 기업들의 움직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 폴란드등 우리 대기업들의 투자진출이 많은 나라들은 한국기업의
부도와 IMF의 강요된 긴축경영으로 현지투자가 위축되거나 공장이 문을 닫는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1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미국 영국 중국 동유럽 동남아등
주요 교역상대국들의 바이어 경쟁기업 현지은행 등을 상대로 현지분위기와
반응을 파악한 결과 기본적으로 한국경제의 앞날을 낙관하면서도 단기적으로
거래신용에 대한 우려등을 나타내고 있다.

해외무역관들은 "한국경제와 기업의 세계화가 상당수준 추진된 가운데
IMF체제로 접어들었기때문에 우리경제와 기업의 어려움이 전세계적으로
파장을 미치고있다"고 전했다.

무역관들은 "IMF측도 앞으로 한국정부와 기업에 세부적인 구조조정을
주문하는 과정에서 해외의 반향을 깊이 고려하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역관들이 긴급분석한 해외바이어와 경쟁기업들의 반응을 종합해본다.

<> 미국 =미국 바이어들은 한국의 원화평가절하로 인한 가격경쟁력을
의식, 수출단가인하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경쟁기업들은 한국경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등 하이테크
제품의 국제경쟁력은 별 타격을 받지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미국의 자동차 반도체 업체들은 IMF체제를 한국의 시장확대호기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크라이슬러자동차는 한국의 외국산자동차 점유율이 1%정도인
것은 비정상이며 IMF체제에서 한국시장의 조기개방을 기대하고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비롯한 미국의 메모리칩 제조업체들은 이번에
지원되는 IMF긴급지원자금이 한국 경쟁회사들의 단기차관 상환에 쓰일
것으로 보고 이에대해 불만을 드러내고있다.

<> 동남아 =한국과 거래가 많은 태국의 "타이 친치"사는 "원화의
평가절하로 대만및 중국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기때문에 수입선을
한국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팍 림"그룹은 "태국의 바트화 약세와 경기침체로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더라도 태국의 수입은 구조적으로 크게 늘어날 수없다"고 분석했다.

<> 중국 =그동안 중국기업은 한국경제와 기업을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면서 한국기업에서 뭔가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한보 삼미 기아 한라등 대기업들이 연속부도를 내면서
한국경제및 기업에 대한 이미지와 신인도가 급락하고 있다.

베이징무역관에도 한국과 거래중인 중국기업들의 신용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일부 중국은행들은 한국기업들이 수출대금결제를 하기전까지 신용장상담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한국수출기업들이 유전스수출을 거의 중단한 상태여서 수입선을 어쩔수
없이 다른 나라로 돌리는 사례가 늘고있다.

장기화될 경우 한.중 통상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동유럽 = 현지언론들은 "한국기업의 침체로 폴란드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이로인한 폴란드 경제에 미칠 여파가 우려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우리기업의 폴란드투자는 최근 계획발표건을 포함하면 약10억달러에
달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한라그룹의 만도기계의 경우6천만달러 투자를 발표했으나 부도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대우그룹은 반대로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폴란드 TV생산업체인 "커티스"사의 인수를 추진중인데
폴란드측은 IMF구제금융이후기업의 긴축경영으로 계획이 무산되지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일 =독일최대기업이면서 한국에서 많은 프로젝트성 비즈니스를
해온 지멘스는 "IMF체제에서 정부및 기업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사업자체가
취소될 경우 "코리아비즈니스"의 영업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과 수입거래가 많은 "고트프라이드 키플"사는 "한국원화의
가치하락으로 독일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동차부품을 사오는 "라스무젠"사는 "IMF의 긴축강요로
한국의거래기업들이 추가투자및 생산을 줄여 독일수요를 충당시키는데
문제가 생기지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세계의 화학산업을 주도하는 독일의 화학산업계는 한국의 기업부도등으로
이 지역에서 인수합병(M&A)등 투자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영국 =한라에 선박을 주문했던 선주들은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환율불안과 한국의 수출금융경색으로 선박의 신규상담도 거의 중단하고
있다.

한국기업의 서유럽교두보 역할을 해온 영국은 향후 한국기업의 영국투자가
격감할 것을 크게 우려하고있다.

특히, 한국계기업의 영국현지공장이 폐쇄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 경우
고용불안등을 걱정하는 분위위가 확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LG전자의 17억파운드규모의 웨일즈투자 계획이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웨일즈개발청은 한라의 부도로 이 회사의 웨일즈 중장비생산공장의
장래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이동우.이익원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