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마을, 아랫마을, 꼴망테, 사리골, 품앗이, 사랑방, 목상골...".

시골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것들은 올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생산조직에
새롭게 붙여진 명칭들이다.

통일신라때부터 내려오고있는 우리의 전통 상부상조 생활조직인
두레개념을 생산현장에 접목,두레생산방식으로 체계화한 것.

철저하게 분리운영됐던 각 생산라인별 공정조직을 하나의 "마을"단위로
묶은뒤 그 안에 각 공정의 반장 고참기술자 10여명으로 구성된 두레조직을
따로 설치, 공장 전반의 문제점을 즉시 해결한다는게 골자다.

실제 조직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파격적이다.

종전 11개로 엄격히 분리됐던 생산라인및 공정을 큰 2개의 "마을"단위로
개편했다.

생산조직간 유대를 강화해 공정조직의 이기주의를 차단하고 공조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장장에서 현장작업자까지 7단계로 나뉘져있던 상하조직단계도
공장장-부공장장-상위마을-하위마을로 간소화됐다.

한식구라는 동료의식을 바탕으로 품질에 대해 전 공정의 직원이 공동책임을
짐으로써 자율적인 공동체 품질보증체제가 자연스레 갖춰지고있다는게
한국타이어의 설명이다.

<>운영방식 =완제품과 반제품을 만드는 2개의 거대 마을이 기본조직이다.

그 속에 타이어용도및 부위에 따라 각각 4개(총 8개)의 작은 마을이
있고 동네사람들은 모두 2천4백여에 달한다.

핵심은 이 작은 마을안에 반장급및 고참기술자로 만들어지는 10여명의
두레조직의 활동이다.

두레의 수는 작은 마을이 매일 3조로 나뉘어져 24시간 풀가동되고 있어
각 조마다 1씩, 모두 24개다.

이들은 종전 각자의 공정에서만 일했으나 두레조직을 통해 전생산라인의
전문가급 동료들을 수시로 모든 분야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즉시 찾아낸다.

개선사항은 관리지원담당인 과장급이상의 장로와 숙의를 거쳐 공장장등에
전달된다.

두레는 우두머리인 동장의 지도아래 월 1회이상 외부에서 자체모임을 하고
일반 구성원들과 함께 단풍놀이 체육대회등을 통해 유대를 다지고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성과 =지난달 경트럭용 타이어까지 단계별로 두레생산방식을 도입한
결과 불과 1년만에 불량률이 35%,일부 추가 손질후 출하하는 수리율이
70% 감소했다.

전혀 하자없이 출하되는 직행률도 92%로 6%포인트 증가했다.

또 성형핑킹롤설치등 30여건에 달하는 생산라인개선이 이뤄졌다.

특히 제품별 수요에 따라 두레조직별로 공장가동을 신축적으로 운영하게돼
시장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수있는 유연생산시스템이 갖춰졌다는게
한국타이어의 지적이다.

이에따라 불필요한 공장가동을 줄일수있게됨은 물론이고 보이지않는
생산성도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직원들이 그동안 공정조직간 이기주의로 문제발생이 서로
회피하려던데서 이젠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있기 때문이다.

<>도입배경 =생산공장의 일반적인 생산방법으로 굳어져버린 분업화의
한계를 극복하자는데서 출발했다.

바로 옆에 같이 일하는 동료임에 불구하고 의견교환이 단절된채 무관심이
팽배해지고있고 그 결과 생산성향상도 기대할수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우리 정서에 맞으면서도 생산효율을 극대화할수있는 방법으로
공동책임을 강화하는 두레방식을 개발하게됐다고 이선 경영혁신팀차장을
밝혔다.

<>향후계획및 교육방법 =대전공장에 일부 실시되지않고있는 조직에
이를 확대적용하고 내년 이후부터는 전 생산공장으로 이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이를위해 그동안 대전공장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마을학교(워크숍)도
내년부터는 회사 교육훈련원으로 이관,전 사원을 대상으로 두레생산
교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