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단지의 메카로 불리는 인천 남동공단 2단지는 깔끔한 공장들이
인근 송도 앞바다와 어울려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 153블럭에 자리잡은 효성다이아몬드는 4천여평의 넓은 부지 중앙에
사철나무와 잔디, 벤치로 공원을 조성해 공장답지 않은 정취를 풍긴다.

다만 기계소리로 요란한 파란색 공장건물에서 한창 바쁜 일과를 짐작케
한다.

공장안은 다이아몬드 톱날, 코어드릴 등 첨단 제품을 생산하는 근로자들이
분주히 기계를 조작하고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법정관리중이라는 낌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부도가 났던 기업으로 보지 말고 흑자의 우량기업으로 봐달라는게 만난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주장.

근로자들의 이같은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효성은 지난 95년 5월 건설경기 부진으로 2백40억원의 미수금이 생기면서
부도를 냈다.

공장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2백50명의 전직원이 출근했다.

내수와 수출에서 밀려있는 주문으로 저녁 8시 30분까지의 야근이 계속
실시됐다.

그때부터 공장이 완전 정상화된 지금까지 70명의 현장근로자들이 야근과
휴일특근을 빠짐없이 해오고 있다.

"연간 2백7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수출주문을 감당못할 정도로 커온
회사라서 자신감이 있었어요.

건설경기로 인한 단기자금 부족은 쉽게 극복할거라는 믿음이 밑바탕이
됐지요"

유환희 근로자대표는 노사의 응집력이 한차례의 위기를 뛰어넘는 동력이
됐다고 전한다.

회사의 성장성과 노사단합을 본 채권은행 등의 협조로 올해초 법정관리가
시작됐다.

한차례의 시련은 오히려 노사단합의 기폭제가 됐다.

근로자들은 작업환경 개선작업에 착수, 제품 이동거리를 줄이는 등 돈
들이지 않고도 능률을 올리는 1백여건의 다양한 방안을 실시했다.

고장률이 높은 기계는 과거와 달리 부품교체를 통해 신품으로 만들었다.

근로자들의 자율적 추진이 강조된 생산시설과 인력에 대한 리스트럭칭은
1인당 연간 생산액을 제조업계에서 보기 힘든 1억4천만원으로까지 올려
놓았다.

올해는 노사협의를 통해 2억원으로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근로자대표기구인 상조회는 정신무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매달
한번씩의 전체조회와 팀장회의 등에서 생산성과 품질을 최우선의 덕목으로
강조한다.

이를위해 현장의 애로를 여과없이 수렴, 경영진과의 협의해결을 최우선으로
해 막힘없는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강남조 사장은 "회사를 지키겠다는 근로자들의 단결된 의지가 확인되자
원자재 공급업체들이 종전대로 납품을 계속하는 등 큰 힘을 얻었다"며
"매출이 늘고 있는 만큼 10년기한의 원금상환도 문제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실제로 효성다이아몬드는 미수금이 해결되면서 부채문제가 사라지는 한편
올매출 목표 2백50억원으로 흑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수출 전품목에 대해 받은 ISO9002인증을 계기로 수출액이 확대
일로에 있다.

< 인천=김희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