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래 청와대정무수석은 김대통령과 김대중총재의 단독회담이 끝난뒤
회담결과를 설명하면서 회담분위기가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는 얘기를
몇번씩이나 강조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이번 회담이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같은 점은 국민회의측도 마찬가지다.

김총재가 할 말을 다 했고 답변 역시 흡족했다는 표정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 쪽에서 회담결과에 만족해 하는 동안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는 김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한다고 발표, 묘한 대조를 이뤘다.

급류를 타고 있는 정국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회담은 김대통령과 김총재가 연말 대선을 50여일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의 양대축으로 자리매김을 했다는데서 그 의미를 찾아야 할 것 같다.

특히 김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으로 단순한 대선관리차원을 넘어
정국흐름의 중심권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김총재의 카운터 파트는
역시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가 아니라 김대통령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역으로 해석하면 이번 회담은 신한국당 이총재가 여당총재이면서도
정치권에서 총재로서의 위치가 그만큼 떨어지는 간접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회담에서 김대통령과 김총재가 정국의 안정을 위해 상호 노력키로 합의하고
정치권에서 국민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된다는데 공감을 하고 상호 적극
노력키로 합의했다는 사실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데는 신한국당 이총재가 비자금정국을 주도하고
김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등 정국을 불안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공동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국당 이총재의 회담거부에 대해 청와대관계들이 "할 얘기가 있으면
와서 해야지 무슨 유치한 짓이냐. 다른 당총재들이 봐도 유치하다고 할
것이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도 이총재가 정국불안의 원인제공자라는 점을
간접 표현하고 있다.

김총재입장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상당부분 떨치게 됐다는 점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회담에서는 의례적인 대화나 공식발표보다는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두사람이 배석자없이 어떤 "선문답"을 주고 받았는냐가 더 중요
하다.

눈짓만 봐도 서로의 의중을 안다는 두사람의 "선문답"이 향후 정국을
가늠하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