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의 10일 기자회견은 자신의 "정치력"을 부각시키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대표 스스로가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오늘은 정치 얘기만 하겠다"고
밝혔듯이 비주류측에서 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정치력부재 비판이 그로서는
경제난보다 더 화급한 현안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그런만큼 이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중진들의 중지를 모아
해결하겠다는 뜻을 누차 강조했다.

특히 집권하면 현행처럼 대통령이 권력을 독점하는게 아니라 권력분점을
통해 "힘의 균형과 견제"를 꾀하겠다는데 중점을 뒀다.

"1인 통치"에서 벗어나 권력주체들이 함께 협력하고 책임지는 "열린 정치"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다.

국무총리 국회의장 당대표 등 국정운영의 "트로이카"에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위임하겠다는 언급은 그 대표적 예다.

그의 권력분점론은 3김시대로 통칭되는 구시대 정치와의 차별화를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정치권 일각에서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을 일단
일축하고 우선 현행 헌법 테두리내에서 내각제적 요소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볼수 있다.

특히 권력분점론을 당내 비주류및 야권 인사까지 끌어안는 연대의 연결고리
로 삼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날 회견에서 이대표는 경선주자들과 중진들로 구성되는 중진협의회가
국면전환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일문일답에서 개헌문제 지도체제 개편 공천권행사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중진협의회에서 충분히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그러나 "상당히 알맹이가 있을 것"이라던 이대표 측근들의
예고와는 달리 수세국면을 반전시키기엔 "보따리" 크기가 작았다는게 여권
관계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특히 비주류측이 요구하고 있는 <>총재직선을 통한 대권과 당권의 분리
<>복수 부총재제 등 집단지도체제 도입 주장은 사실상 거부해 당내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