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우리나라의 금융시장 교란과
관련, 재정경제원의 늑장대응을 꼬집고 나서 눈길.

이달 23일자로 발행된 이 잡지는 "재경원은 그동안 금융위기를 방관하지
않겠다고 말만 해왔을뿐, 최근 6개월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재경원이 이제서야 제일은행 등에 대해 뭔가 가시적인 조치를 취한다고는
하지만 대응책을 얼마나 준비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어 한국정부가 기존의 무대응전략을 수정하게 된 배경
으로 제일은행 등 금융기관의 급격한 부실과 S&P(스탠다드 앤드 푸어스)를
필두로 한 국제신용평가기관의 한국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평가
움직임을 들었다.

특히 이달초 이뤄진 S&P 관계자들과 재경원 관리들간 만남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또 제일은행에 대해 한때 유력하게 검토됐던 연3%의 한은
특융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이 잡지는 물론 발행일정상 지난 25일 재경원에 의해 한은특융이 백지화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나온 것이긴 하다.

어쨌든 "정부가 제일은행 본점 매각 등 강력한 자구를 전제로 지원을 검토
하고 있다지만 특융이 제일은행의 경영난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이코노미스트지의 시각이다.

단적인 사례로 지난 92년 2조9천억원의 특융을 지원받은 3개투신사가 지금도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이에 따라 현재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량은
행이 부실은행을 인수.합병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여건상 은행합병이 단기간에 가시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내년 2월 새정권이 들어설 때까지는 현상을 보완해가는 수준의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