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디자인업체인 타코스의 고현규사장은 지난해초 미국출장을 갔다.

이때 길가에 세워놓은 승용차 바퀴에 이상한 물건이 장착된 걸 발견했다.

가까이 가서 살펴봤다.

바퀴 자물쇠였다.

자전거바퀴 잠금장치는 봤지만 자동차의 것은 처음보는 거였다.

이 제품은 주차관리및 주차위반단속에 적합할 거란 판단이 섰다.

그는 이걸 한국에서 한번 만들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가진 기술로는 이 제품을 도저히 만들어낼 재간이 없었다.

이를 만들기 위해선 사출기술을 비롯 철선가공기술 접착기술 자물쇠부품
기술등이 필요했던것.

계속 고심하던 그는 4개월뒤 부산 해운대호텔에서 열린 이업종교류모임에서
이 얘기를 끄집어내봤다.

누구보다 차량시트를 생산하는 만호산업의 손만호사장이 솔깃해했다.

그러자 이날 모임에 나온 6명의 사장들은 각자가 가진 기술을 얘기하게
됐다.

김세동 동성사사장은 플라스틱사출기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남양기업의 조종진사장은 프레스가공기술을 제공키로 했다.

명성의 곽동혁사장은 접착기술을 내고 설계디자인은 고현규사장이
맡기로했다.

정말 운좋게도 이들은 전혀 외부의 도움없이 1년만에 색다른 아이템을
하나 만들어내고 특허도 출원했다.

이들은 이 기술로 엘시엘이란 주식회사를 만들어 제품양산에 들어갔다.

이미 이 차륜잠금장치는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업종의 사람들끼리 각자의 기술을 내놔 하나의
첨단제품을 만드는걸 "기술융합"이라고 부른다.

융합이란 단어는 핵융합 때문에 일반화된 말.

핵융합이란 초고온속에서 수소가 융합하면서 어마어마한 열을 내는
현상이다.

바로 수소폭탄의 원리.

별것 아닌 물질이 서로 합쳐지면서 큰힘을 낸다는 측면에서 기술융합도
핵융합과 마찬가지다.

아직깐지 수소폭탄처럼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기술융합은 없었으나 차츰
폭발력이 큰 기술들이 곳곳에서 융합되고 있다.

청주에 있는 현대정밀 서울기업 중앙섬유등 3개업체도 폭발실험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현대정밀에서 오토트랜스 어샘블리라인기술을 꺼내놓고 서울기업이
와이어커팅기술을 내놨다.

아이디어는 커튼도매상을 하는 중앙섬유의 이성철사장이 내놨다.

이들은 전자제어방식의 수직블라인드 생산설비를 양산화할 계획.

지금까지 수직블라인드를 만들려면 적어도 다섯공정을 거쳐야 하는걸 완전
자동화공정으로 개발키로 한것.

이들은 이미 시제품을 개발한 상태다.

이 제품은 절단 천공 융착 배출 적재등 전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이들은 기술을 융합한 덕분에 독일에서 대당 1억4천만원정도 하는 기계를
3천8백만원에 출하할수 있게 됐다.

이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폭발적인 수요를 보일 전망.

이것 역시 융합의 위력이다.

이런 융합을 경험한 중소기업 모임은 지금까지 전국에서 10개정도 된다.

이 융합을 위해 모인 기업인모임은 2백여개에 이른다.

마나테크회 팔공회등 많은 이업종모임들이 요즘 수소폭탄실험을
준비하기에 바쁘다.

이들이 곧 거대한 폭발력을 창출해내길 기대해 본다.

< 중소기업 전문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