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이 득세를 한다고 하지만 주부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제값을 받고
파는 슈퍼마켓은 여전히 인기를 누릴 것으로 봅니다"

할인점 전성시대에 할인점을 거부하고 전국에 체인화된 슈퍼마켓으로 승부를
거는 해태유통의 홍부선 대표이사 부사장의 영업전략이다.

홍대표가 이런 승부수를 던질수 있는 것은 업계에서 매장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데 있다.

해태유통은 전국에 75개의 슈퍼마켓과 대형슈퍼마켓인 2개의 슈퍼마트를
운영중이다.

내년에는 유통업계 최초로 선진국에 진출하기로 하고 미국 동부지역에
해태마트를 세워 여기서 물품조달 등으 선진경영기법을 배우고 국내상품의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홍대표는 오너인 박성배 대표이사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난 94년
부터 유통시장 개방에 대비, 재래식 슈퍼를 미국과 유럽식 선진슈퍼로
바꾸기로 하고 지난해 1단계 개혁작업을 마무리했다.

슈퍼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꾸미고 세일행사를 매월 20일부터 정례화한데
이어 시간대별 초저가 할인판매를 실시한 것도 이런 노력의 과정이었다.

홍대표는 "이런 개혁작업 덕택에 매출이 3배나 늘어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
고 말한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단계로 중부권 등 지방출점과 해외진출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한다.

홍대표는 해태백화점을 당초에는 2~3개 더 지을 생각이었으나 이를 취소
했다고 밝혔다.

백화점이 사양길을 걷는데다가 투자자금 회수기간도 5~6년으로 길어 지금
처럼 불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신 백화점에 비해 투자비가 덜 드는 슈퍼마켓사업에 주력하기로 했다.

해태유통이 중부권 등으로 점포를 급속히 늘려가지만 자금사정이 핍박받지
않는 것은 대규모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6백억원으로 예상했던 투자비를 다소 축소하기로 한 것도 모두 이같은
경영방침의 일환이다.

이런 회사측의 노력에 직원들은 임금 동결로 화답했다.

최근 해태유통 노조는 회사측과 임금 동결을 합의했다.

지난해 20%의 인금 인상을 단행했던 것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홍대표는 임금을 동결하는 대신 주택자금 대출 등 복지를 확충했기 때문에
비용절감효과는 4억원에 불과하지만 분위기 쇄신을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
했다.

해태유통은 이같은 노력으로 올들어 지난 5월까지 매출액이 2천2백71억원
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7%나 늘어났다.

순익도 증가추세에 있다.

불황속에 남모르는 재미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 목표매출액 7천억원도 무난히 달성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