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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증권에 1백17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안겨준 쌍용증권 도쿄지점의 주식
대금 미납사건은 작전세력의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식 사기에 걸려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쌍용증권과 매수자측이 서로를 맞제소하는 사태로까지 번진 한국 증권업계
사상 전무후무한 이번 해외증권 사고의 전모를 시리즈로 싣는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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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구 < 도쿄특파원 >

쌍용투자증권 도쿄지점에서 일어난 주식매수대금 미납사건은 겉으로 보기
에는 지극히 단순한 사건이다.

지난 1월14일 쌍용증권 창구를 통해 오사카증시에 상장된 (주)동방금속 주식
2백53만7천주(37억1천1백만엔)를 전화로 매입했던 일본 후지필름 계열사
(주)아틀라스 사장인 고바야시 게이지로(60)씨가 매입후 이종목 주가가
하락하자 대금을 지불치 않은 사건이다.

이에 따라 이 주식을 반대매매하고 이과정에서 16억1천3백만엔(약1백17억원)
의 손실을 입은 쌍용측은 지난 2월7일 고바야시 사장을 상대로 도쿄지방법원
에 미수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쌍용증권 도쿄지점측은 "주식매매와 관련된 전화통화내용을 녹음했고 관련
서류도 확보하고 있어 소송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쌍용측의 이야기대로라면 금방이라도 돈을 받아낼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기를 친 것으로만 보이던 고바야시 사장이 3월들어 엉뚱하게도
쌍용증권을 역제소하고 나섰다.

"쌍용증권측이 한 금융업체 사장과 짜고 명의를 도용해 거래했다"는 주장
이다.

그는 "금융업체 사장이 동방금속주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었다"고 지적
하면서 "그가 이주식을 내다팔면서 쌍용측과 공모해 자신의 계좌로 대량의
매수주문을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피해자는 쌍용이 아니라 자신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엇갈린 주장의 가닥을 잡기 위해서는 이번 거래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점은 쌍용이 동방금속주식(오사카증시 2부소속)을 매입한
날과 판날은 불과 4일(거래일 기준)밖에 시차가 나지 않는데 주가는 6백40엔
(44%)이나 하락해 있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고 쌍용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는가.

해답은 바로 이 주식이 작전주여서 작전세력이 팔고 튀었다는데 있다.

동방금속은 지난 95년말까지만해도 주가가 3백엔 내외에 불과했고 거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거래가 크게 늘면서 주가도 최고 1천6백70엔까지 상승
했다.

이 종목이 이처럼 상승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의 하나가 대금업및
부동산임대업을 하고 있는 동총흥산의 우쓰키 히로유키(32) 사장이다.

고바야시 사장이 쌍용증권과 결탁했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금융업자다.

사실 우쓰키씨는 이번 사건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그는 지난해부터 쌍용증권과 거래를 해왔고 고바야시 사장과 쌍용을 연결
시켜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고바야시 사장의 주식거래와 관련, 사실상의 투자고문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거래에서도 매매를 성립시키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자신은 동방금속과는 손을 털었다.

쌍용이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다면 고바야시 사장은 거래사실을 알고 있었음
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금을 미납하고 쌍용과 우쓰키 사장을 역제소했을 때는 나름대로
"속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충분히 있을수 있다.

이 부분을 알기 위해서는 전대미문의 또다른 사건을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 일지 >>

<>1월14일 =동방금속 37억엔어치 전화주문(주당 1,462엔)
<>1월17일 =매수대금중 1,000만엔 입금
<>1월21~23일 =250만주 반대매매(주당 818엔)
<>2월7일 =쌍용측 소송 제기
<>3월7일 =고바야시측 역제소
<>3월19일 =1차 재판
<>4월8일 =2차 재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