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김에 "바둑황제" 조훈현 9단도 꺾어보자.

동양증권배 최대 스타로 부상한 김영환 4단의 출사표다.

김4단은 오는 9일 열리는 제8기 동양증권배 세계 바둑선수권대회에서
결승티켓을 놓고 조훈현 9단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김4단의 야심은 조9단을 꺾고 이창호 9단과 고바야시 9단의 승자와
결승대국을 펼치는 것이다.

국내 바둑관계자들은 김영환 4단의 행보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동양증권배를 통해 "운좋은 기사"에서 "실력있는 기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영환은 만 27세로 신예도, 무명기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급 기사는
더욱 아니다.

국내기전 우승경력도 없어 별다른 시선을 끌지 못했다.

따라서 김4단이 첫판에서 대만 선수를 꺾고 16강에 들었을 때만해도
"운이 좋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류샤오광 9단을 누르더니 8강전에서 류시훈 7단에
반집승을 거두고 준결승전에 진출해 대회 최대 파란을 연출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기세에 편승해 김4단은 내친김에 "거함" 조9단 마저 꺾고 큰
일을 내겠다는 자세다.

자신의 특기인 싸움바둑에 걸려들면 천하의 조9단도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대국중반 허점이 보이면 가차없이 적진에 침투해 바둑을 혼전으로
이끌면서 상대방에 항복을 받아낸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김영환은 수읽기가 밝고 속기바둑에 강하기 때문에 준속기
(3시간)로 진행되는 이번 대국에서 유리하게 이끌수 있다는 것이 김4단측의
해석.

그러나 대부분의 바둑 관계자들은 조훈현 9단이 우세하다는 평이다.

우선 조9단은 관록과 실력은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것.

객관적인 전력만 보더라도 김4단은 조9단과 8번싸워 1승밖에 거두지
못하는 등 절대 열세라는 것을 예로 들었다.

김4단이 단지 위안을 삼는다면 유일한 1승이 가장 최근 대국인 SBS배
연승전에서 조9단을 누르면서 4강에 진출한 것.

여기에 진로배 한국대표출전, 국수전 4강진출 등 지난해 말부터 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프로기사 권갑룡 6단은 "김영환 4단이 배우는 자세로 대국에 임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전력, 기력 등을 볼때 조훈현 9단에게는 크게 못미치지만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만만찮은 한판이 될 것"이라면서 김4단에게도
승산은 있다고 내다봤다.

< 김형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