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팀위주의 "물갈이"라는 점이다.

경제부총리가 경질됐고 통산, 건교, 과기 등 경제핵심부처의 사령탑이
교체됐다.

김대통령이 지난 2.25담화에서 "한보사태에 대해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가시적인 조치인 셈이다.

국무총리, 신한국당대표, 청와대비서실장 등 소위 권력핵심의 "빅 3"
교체를 통해 국정의 면모를 일신하는 과정에서 현시국을 초래한 경제팀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개각은 전임 경제팀에 대한 "문책성격"이 강하다.

또 김대통령이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정운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경제살리기"를 위해서도 경제팀의 교체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계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경제팀의
교체가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신임 "강경식 경제부총리-김인호 경제수석"팀은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안목과 뚜렷한 소신, 풍부한 행정경험, 경제철학 등을 갖췄다는 점에서
청와대관계자들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개각의 또 다른 특징은 "실무형" "안정형" 인사들이 대거 입각했다는
점이다.

신임총리에 고건 전서울시장이 임명된 것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인선기준이 종전과 달라졌다.

"참신한 인물"보다는 "검증받은 인물"들을 발탁, 곧바로 국정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남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비전문가를 기용했다가는 일을
배우다가 세월을 다 보낸다는 점을 감안한 인사스타일이다.

과거처럼 신한국당의원의 입각을 최소화하고 해당부처 유경험자나
차관급의 발탁인사가 많았던 것이다.

"2.25" 국민담화에 이어 민심수습책의 "빅 카드"로 간주되는 개각에
실패할 경우 민심수습과 국정운영에서 커다란 부담을 갖는다는 점이 이같은
"실무형.안정형" 위주의 인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번째 특징으로 거론되는 "지역안배"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고려한
배려로 보인다.

청와대비서실개편 및 이번 개각에서는 그동안 여론의 비판을 받아왔던
"PK" 중심의 인사가 철저히 부정되고 있다.

"탈 PK" 인사가 이번 개각의 특징이다.

이날 발표된 10명의 각료를 출신지별로 보면 경북, 전남, 서울이 각각
2명씩이고 충남, 충북, 경기, 경남이 각각 한명씩이다.

이번 개각에서 지난 2월 13일 임명됐던 서정화 내무장관이 교체된 것도
이채롭다.

서장관이 20일만에 물러난데는 본인이 사의를 표명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내무관료 후배인 고총리가 신임총리로 임명되자 내무장관자리에 있는 것이
곤란하다며 김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 김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오정소 보훈처장관의 경질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오장관은 경복고출신으로 안기부1차장시절 김현철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김기섭 안기부운영차장이 면직된데 이어 현철씨 인맥에 대한 정리
차원에서 경질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문체부장관에 임명된 송태호 총리비서실장은 이수성 전총리가 물러나면서
김대통령에게 강력히 건의, 마지막에 입각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