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연구소장들의 면면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통"답게 다채롭고
화려하다.

주요 그룹 연구소장 9명 가운데 8명이 경제학박사다.

그것도 전부 미국에서 땄다.

발도 넓은 편이다.

관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 공통적인 점도 많다.

쌍용의 오동 원장과 기아의 이종대소장은 산업연구원, 현대 김중웅 한화
노성태 한보 권순원원장은 KDI 출신이다.

대우 이한구소장과 LG 이윤호소장, 유한수포스코경영연구소장 등은
행정고시에 패스하고 재무부에 근무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 닮았다.

삼성 최우석소장과 기아 이소장은 기자로 이름을 날리던 언론인
출신이다.

그러나 이들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역할은 상당히 다르다.

그건 그룹순위와는 전혀 무관하다.

대체로 "핵심참모형" "실무형" "경영자형"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핵심참모형의 전형적인 경우로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장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직급은 부사장급이지만 그룹회장단 간담회에도 자주 참석하고
기획담당고위임원회의인 "전략회의"엔 고정멤버다.

청와대와 재무부에서 "잘 나가던" 공무원이었던 그는 지난 80년 신군부에
의해 공직에서 쫓겨났다가 84년 대우에 입사했다.

이후 3년동안 김우중회장을 수행해 세계 100여개국을 돌며 세계경영의
밑그림을 그린 후 대우경제연구소의 창립멤버가 됐다.

핵심참모라는 점에서는 김중웅현대경제사회연구원장도 이에 못지 않다.

김원장은 정몽구회장이 자주 부르는 현대맨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사람이다.

공무원 국책연구기관 회사경영등 다양한 경험과 폭넓은 교유관계를
바탕으로 현대의 21세기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노성태한화경제연구원장에 대한 김승연회장의 신임도 두텁다.

김회장은 계열사가 신규사업계획을 보고하면 "먼저 노원장과 상의해보라"
고 지시할 정도라고. 기아의 이종대소장은 실무형 경제연구소장의 대표적
인물.

특히 인도네시아 중국 등 기아의 해외정책은 대부분 그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것으로 봐도 된다는게 그룹 관계자들의 얘기다.

쌍용의 오동 원장도 실무형으로 분류된다.

올들어 지난 5월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격상되면서 그룹내 위치가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오원장은 "순수싱크탱크"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고.

핵심참모형과 실무형외에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연구소장의 전형은
경영자형이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대표들이 그렇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연구소 만들기에 주력하겠다"는 삼성의 최우석소장의
경우는 경제기자를 오래 한 현실감각을 바탕으로 정확한 전망과 날카로운
분석을 강조하는 스타일.

이윤호LG경제연구원장의 경우는 최고의 컨설팅기관을 지향하는 부지런한
연구원장.

중요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발빠르게 "민의 입장"을 정리해 언론을 타고
있다.

이밖에 유한수포스코경영연구소장과 권순원한보경제연구원장은 포철과
한보가 21세기를 내다보고 경제연구소를 설립하면서 영입한 초대 대표들.

유소장은 건축학(서울대 학사)경영학(미 컬럼비아대 석사)경제학(미
퍼듀대박사)등 전공을 3개나 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

권원장은 금융과 사회정책에 일가견이 있는 이론가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