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21일 예산결산특위를 속개, 총 71조6천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
대한 부별 심의에 착수, 청와대 통일원 외무부 민주평통자문회의 법무부
통상산업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 등 8개 기관의 예산안 세부내역에 대한
검토작업을 벌였다.

이날 야당의원들은 청와대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서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가 올해보다 각각 34%와 233%나 늘어난 이유를 집중적으로 추궁하면서 경상
성장률 수준으로 삭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은 물가상승 업무의 확대 등에 따라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윤수의원(국민회의)은 특히 "대통령의 판공비"인 특수활동비가 1백17억원
이 책정되어 96년 예산대비 34%나 증가, 이는 97년 예산증가율(13.7%)이나
경상성장률(11.3%)보다 엄청나게 높다며 대폭 삭감을 주장했다.

또 주로 "대통령의 각계 인사 면담및 선물비"로 쓰이는 업무추진비 20억원도
올해 수준인 6억원으로 줄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실장은 특수활동비는 지난 93년도의 97억여원에서 문민정부가
예산을 편성한 94년도에는 87억여원으로 삭감됐고 그 이후 계속 이 수준에서
동결돼왔다"고 지적하고 "실제 일을 해 보려니 증액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실장은 또 업무추진비가 늘어난데 대해서도 "예산이 부족해 특수활동비를
전용해서 써야했다"며 "항목별로 제대로 예산을 편성하다보니 그렇게 늘어
나게 됐다"고 답변했다.

김실장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야당의원들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까 대폭 늘어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김종학의원(자민련)은 "경제가 어려운 판에 대통령 경호실 관사신축공사,
청남대 테니스장 개선공사가 웬말이냐"며 "청와대는 솔선수범하여 불요불급한
공사관련 예산 9억원을 삭감하라"고 요구했다.

김의원은 외무부 예산안에 대한 심의에서 "우리나라의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의무및 사업분담금 예산은 4백59억1천4백만원으로 전체분담금의 0.82%를
차지한 반면 국제기구에 대한 한국인의 진출은 0.33%에 불과하다"며 분담금에
걸맞는 인력진출 방안마련을 촉구했다.

이해봉의원(자민련)은 통산부 예산안 심의에서 "정부는 경제력 집중과 과잉
투자를 이유로 업계가 맹렬히 반대했던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진출은 허용
했으나 현대의 제철사업 진출은 불허하겠다는 입장인데 이거야 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자의적인 행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의원은 "지난 94년 제정된 경제행정 규제완화 특별법에 의하면 제철소
건설문제는 정부의 인허가나 신고사항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통산부는
"국민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투자는 민관이 협의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며 사실상 인허가 행위를 하는 등 규정을 지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이윤성의원(신한국당)은 "97년 산업디자인진흥 예산중 산업디자인센터
건립비는 2백4억원이나 책정된 반면 실질적인 진흥사업비는 28억원에 불과
하다"고 지적하고 "1년에 28억원의 디자인 진흥비를 투자하는 여건에서
디자인센터 건립에 1천5백억원에 이르는 공사비를 투입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고 따졌다.

이의원은 또 "현재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의해 조성된 산업단지는
대부분 선분양방식으로 분양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그에따른 금융비용을
분양가격에 전가시키는 등 공장용지 비용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선개발 후분양 방식으로 전환하고 장기분할상환 등의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는 오는 26일까지 28개 주요 부처에 대한 부별 예산심의를 계속한뒤
계수조정소위를 구성, 항목과 액수조정을 거쳐 예산안 법정처리시한인
12월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