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익건설(주)의 김영갑사장(45).

그는 지난 79년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에서 받았던 신선한 충격을
잊지 못한다.

우리나라 업체로서는 수작업에 매달려야 했던 설계를 선진국 업체는
컴퓨터로 간단히 처리하는 것을 목격해서다.

"CAD(컴퓨터이용 설계)라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큰 충격이었지요.

컴퓨터를 사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김사장은 그때부터 줄곧 컴퓨터와 함께 했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업무를 골라 컴퓨터로 처리하자"

그의 신념이다.

한발 한발 승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면서 그의 신념은 구체화됐다.

어느 건설업체보다 먼저 영업 전반에 컴퓨터를 도입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임직원에게 전산교육을 받도록 했다.

1년에 두번 컴퓨터 관련 시험을 치러 이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있다.

그는 직원들 사이에 "컴퓨터 신봉자"로 통한다.

김사장의 요즘 일과는 컴퓨터 단말기를 통해 전국 곳곳에서 보고되는
수주현황 건설 공정도 손익계산 등을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하직원을 불러 영업상황을 케묻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는다.

"결재서류가 하루에 수십건씩 올라오는 업무 성격상 이제는 컴퓨터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합니다.

전자결재시스템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PC통신 인터넷 등을 통해 아파트
분양정보안내, 해외기업홍보 등을 할 계획입니다"

김사장은 컴퓨터가 한없이 고맙단다.

그는 "날로 악화되고 있는 건설업 불황을 이기는 유일한 탈출구가
컴퓨터"라고 자신한다.

지난 7월 비용절감 차원에서 4개 부서를 하나로 통폐합할 수 있었던
것도 컴퓨터 덕택이란다.

부서통폐합으로 인력을 25%나 줄였다.

컴퓨터 마니아인 김사장에게도 요즘 고민이 생겼다.

컴퓨터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자신이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단다.

회사경영에 온종일 몰두해야 하는 최고 경영자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그는 회사내 컴퓨터 전문가를 불러 "과외수업"을 받고 있다.

인터넷 속에 담긴 무한한 세계를 하나하나 정복하는게 큰 기쁨이란다.

"시대를 읽어라.

지금은 정보화 시대이다.

정보화에 뒤진다면 앞서가기는 커녕 제자리 걸음도 힘들다.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은 회사에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

김사장이 기회있을 때마다 직원들에게 하는 말이다.

< 글 한우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