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판매시장에 "빅뱅"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다단계판매가 합법화된지 1년여만에 100개가 넘는 국내외업체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조직원 판매원 회원등의 이름으로 다단계판매업체에 소속된 사람만도
2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 시장규모도 7,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8월말 사업을 시작한 진로하이리빙의 경우 두달만에 회원수가 18만명
에 육박하고 있다.

이 회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강남빌딩 2층은 회원으로 가입하려는
사람들로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피라미드" 방식판매로 한때 사회적 비판을 받았던 다단계판매업체들이
엄청난 회원을 끌어 모으고 있는 것이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게된 것은 지난해 7월 정부의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되면서 부터이다.

법개정으로 떳떳이 영업을 하게 됐을뿐 아니라 피라미드조직으로의 "탈선"
을 막을수 있는 제도적 장치까지도 마련됐기 때문.

사회.경제적인 변화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비싼 집값과 높은 사교육비로 맞벌이부부가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활동욕구도 분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여성들에게 제공될 적당한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여성들은 다단계시장을 당장 뛰어들수 있는 "손쉬운 일터"로
생각하고 있다.

진로하이리빙의 고동호이사는 "전체 회원의 60%가 부업을 가지려는
30~40대 주부층"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불안도 직장인들을 다단계판매시장으로 내몰고 있다.

부업삼아 하거나 여차하면 전업으로 나설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따라 진로하이리빙 풀무원생활 노이폼하우스등 국내업체들은 30,40대
직장인들을 위한 별도의 야간 사업설명회와 교육강좌를 열고 있다.

다단계시장의 급팽창은 또 점포판매 위주의 소비재상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세제 비누 샴푸등 생활용품의 경우 2조원규모의 전체시장중 1,000억원이상
을 다단계시장이 잠식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회원수 120만명, 한달 매출액 300억원이상의 거대업체 한국암웨이는
주방세제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일기 시작한 제조-유통업체간 제휴붐은 바로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외국다단계업체들을 따라잡아야 하는 진로하이리빙 풀무원생활등 국내
다단계업체들은 외국업체의 시장잠식에 맞서야 하는 애경산업 LG생활건강과
각각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다단계판매시장은 향후 2~3년간 급팽창과정을 거치면서 업체별로 차별화에
주력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회원수만해도 내년말까지는 지금의 2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진로하이리빙의 경우 내년말까지 20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시장팽창에 따라 각 업체들의 취급상품과 영업전략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열성회원과 고정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선 업체 나름대로 개성이 필요한
때문이다.

선진 마케팅으로 불려지는 다단계판매방식이 우리나라에서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단계판매사업이 피라미드판매로 변질된다면 사회 경제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수 있다.

풀무원생활의 김명철대표는 "회원수와 매출액이 정점에 이르면 중저가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도 고가품판매위주로 전환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된다"고 진단했다.

많은 회원들이 적은 수당을 받고 중저가의 생활용품등을 부업삼아 판매하는
소비자형 업체의 경우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소수판매원이 다수 하위판매원을 거느리고 많은 수입을 올리는
구조로 돼있는 사업가형 업체는 피라미드판매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 강창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