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고우순(32)이 박세리(19.삼성물산)의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에서도 정상급에 속하는 고는 12년 선배답게 "한수 위의 골프"를
선보이며 박에게 5타차 패배를 안겼다.

13일 뉴서울CC 남코스(파72)에서 끝난 96삼성카드배 한국여자프로골프
선수권대회 (총상금 1억2,000만원)에서 고우순은 3라운드에서 확보한
리드를 끝까지 유지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고의 4라운드 합계스코어는 최종일 71타를 포함, 11언더파 277타이고
우승상금은 2,160만원이다.

고는 지난 90,92,94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최다승인 4승을 거두었다.

올들어 국내대회는 첫 우승이지만,통산 18승 (국내 15승,해외 3승)을
기록했다.

고의 우승은 이미 3라운드에서 예견되었다.

고는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7개 잡으며 코스레코드 타이인
65타를 쳤다.

단숨에 박세리를 3타차로 역전시켰다.

최종 4라운드에서 고우순과 박세리는 3타 간격으로 같은 조에서
우승다툼을 벌였으나 박세리가 일찍 무너지는 바람에 싱거운 승부가
되고 말았다.

위기는 고우순에게 먼저 왔다.

고가 1번홀(파4.336m)에서 그린미스로 보기를 범한 것이다.

고에게는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선두와 간격이 2타로 좁혀지자 박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장타자 박은 2번홀(파5.495m)에서 승부를 건 것이다.

그러나 그 티샷 한방은 자신을 2위로 몰아내는 승부의 샷이 되고
말았다.

페어웨이폭이 비교적 좁은 이 홀에서 박의 드라이버샷은 훅이 걸리며
OB가 되었다.

5온끝에 더블보기.

고우순은 이 홀에서 3온후 2m거리에서 편안한 버디를 추가했다.

단숨에 5타차가 되자 갤러리들사이에서 "우승은 이미 결정됐다"라는
말이 나왔다.

갤러리들의 전망대로 박세리는 이후 이렇다할 추격전을 벌이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다.

박은 그러나 상금 1,200만원을 획득, 시즌 총상금이 2억3,069만원에
달했다.

이 금액은 최상호가 지난해 획득한 "국내 단일시즌 최고상금"
(1억1,935만원)을 1,133만원이나 경신한 새 기록이다.

주부골퍼 정길자(38)는 홀인원 지정홀인 17번홀(165m)에서 4번아이언
샷으로 홀인원을 기록, 500만원을 받았다.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