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밝힌 다소 ''과격한''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상당부분 손질하는 방향으로 최종입장을 정리했다.

재계는 물론이고 통상산업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까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때문이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론이 어떻게 결말 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공정위는 친족독립경영회사 개념은 도입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고
기업결합신고 대상도 당초 방침보다 줄였다.

부당공동행위도 종전과 마찬가지로 법에 열거된 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하기로
했다.

물론 채무보증제한은 당초 일정대로 추진하겠다는 기본입장을 밝혔고
전속고발권도 현행처럼 그대로 행사하겠다고 하고 있으나 향후 법개정
과정에서 이 부분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됐던 사안을 중심으로 공정위의 최종입장을 정리한다.

<>친족독립경영회사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30대 기업 오너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친족독립경영회사로 분류, 일정요건하에 계열분리를 쉽게
해주는 대신 부당내부거래나 기업결합과 관련해서는 엄격하게 규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계열분리를 촉진하겠다는 공정위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친인척
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중 삼중의 규제를 받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와
통상산업부의 강력한 반대에 막혀 제도의 도입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날 국회 행정위에 제출한 자료에서 공정위는 "친족회사 제도는 대기업의
친인척이 사실상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회사의 계열분리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므로 계열분리 요건을 완화, 계열분리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있어 친족회사만을 차별적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밝혀 이 친족독립회사 제도를 새로 도입하지 않을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기업결합 신고대상 =현재는 상장법인의 경우 20%이상 주식을 취득하면
이를 공정위에 신고토록 되어 있으나 공정위는 법개정안에서 이를 10%이상
으로 강화, 기업결합신고대상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전경련 상의등 재계에서 이를 상향조정할 것을 건의, 15%이상
정도로 기준을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부당 공동행위에 대한 금지 =현재 8가지 유형의 부당공동행위에 대해서만
규제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모든 공동행위에대해서 원칙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통산부 기협중앙회 전경련등에서 너무 과하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이를 수용, 현재처럼 열거주의 방식을 유지하되 필요한 경우 공동행위
유형을 시행령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긴급중지명령제 =법위반 사항을 중지시키기 위해 공정위가 새로 도입키로
한 제도이다.

당초 공정위가 직접 중지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마련했으나 법무부 전경련
등의 반대에 따라 긴급중지명령을 법원에 신청하고 발동요건도 엄격하게
규정, 매우 제한적으로만 운용키로 했다.

<>채무보증 철폐 =일단은 당초 방침대로 98년 자기자본의 1백%이내, 2001년
0%를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김인호위원장이 "채무보증축소 내지 폐지는 몇년안에 해야
한다는게 크게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어 향후 입법과정에서
기간연장등 일부 수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속고발권 =공정거래사건에 대해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공소
를 제기할수 있게 되어 있는 이 부분에 대해 법무부가 이미 강력하게 반대
입장를 표명했으나 공정위는 일단 현행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헌법재판소도 지난해 이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데다 전속고발
제도는 관세법 항공법등 다른 법에서도 채택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부당내부거래 범위 =재계에서 범위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나
공정위는 당초 방침대로 자산 자금거래도 부당내부거래 범위에 포함
시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