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금융기관 합병 및 전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부실
금융기관 정리 및 퇴출방법을 확정한 것으로 내년부터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이제까지 금융기관들의 합병을 "자율"에 맡겼던 정부가 앞으로는 "적극
유도"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바탕으로 대형은행들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나머지
은행들이나 증권 보험 종금 투신등 각 금융권에서 생존차원의 짝짓기식
인수합병이 잇따르고 이는 곧 금융산업의 대개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개정안의 가장큰 골자는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합병.영업양도.
제3자인수 권고와 <>고용조정제도의 도입이다.

그동안 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의 합병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합병에 소극적인
은행장들과 합병으로 인한 잉여인력의 처리문제였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확정한 새로운 은행경영체제
(비상임이사중심의 이사회)를 통해 은행장문제를 해결했고 이번에 잉여인력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고용조정제도를 새로 만들었다.

합병의 주요 장애물을 모두 없앤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과감한 발상은 "금융산업개방으로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대형화를 통한 구조조정없이는 우리 금융기관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김영섭 재경원금융실장)는 시각에 근거한다.

정부의 이런 시도가 성공할지는 그러나 아직 미지수다.

정리해고제의 일종으로 부실금융기관 근로자들을 해고할수 있도록 한
"고용정리제도"에 대한 반발이 큰 탓이다.

재경원측은 이 제도가 현재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논의중인 노동관계법
과는 별개로 파산가능성이 있는 부실금융기관에 한정해 적용하는 만큼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리해고제에 대해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노조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오는 8일로 예정된 공청회나 국회처리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적극적인 합병유도 방안도 자칫 지나친 경영간섭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개정안에선 부실금융기관으로 "판단"되면 합병등을 권고할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합병을 강제할수 있도록 해놓고 있으나 금융기관들은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을 우려하고 있다.

합병권고 대상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정부의 권고를
쉽게 받아들일 금융기관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부실기업정리때 정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산업구조나 재계판도가 왜곡
되었던 "전례"를 금융기관들은 우려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의욕과잉이 정부와 금융기관, 금융기관 노사간의 알력을 불러
일으켜 금융분쟁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고객들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물론 정부가 이번에 합전법을 "금융산업 구조조정에 관한 법률"로 바꾸면서
합병에 대한 메리트를 한층 높여준 것은 합병촉진의 윤활유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합병의 장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새 판을 짜는 과정에서 판 자체가
깨지는 일이 없도록 입법이나 시행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