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오프는 프로들의 아킬레스건이다.

커트오프에서 떨어지면 두말할 것 없이 "유노동 무임금"이다.

목요일 시작되는 대회를 위해 월요일부터 연습하며 준비했다면
금요일까지 딱 5일간의 보수없는 노동이고 일주일을 허송세월한 셈이다.

이때문에 프로들은 커트오프 미스를 가장 치명적이고 치욕적으로
여긴다.

상금이 바로 그들 인생인 프로들 입장에선 어떤 이유를 대도 정당화
될 수 없는게 바로 커트오프 실패. 그러면 커트오프를 대하는 프로들
심정은 어떨까.

임형수 (32,아스트라)는 지난 6월 팬텀오픈에서 프로 첫승을 거둔 선수.

지난주까지의 금년 상금랭킹은 10위 (3,899만원).

그는 이번대회 첫라운드에서 이븐파 72타를 쳤다.

그런 스코어는 가장 "모호한"위치였다.

이번대회 커트오프선은 대략 이븐파정도로 예상됐는데 첫날 72타는
핀만 보고 쏘며 무리를 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안전하게 치기에도
아슬아슬한 포지션 아닌가.

임형수는 "그래도 까나가야 한다 (버디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날 선두가 6언더였고 커트오프를 통과하더라도 맨 마지막인 50위
상금은 고작 95만원이니 좀 더 치고 올라가야 한다는 판단.

그러나 스코어는 까지기는 커녕 혹 (보기)만 붙었다.

버디가 절실히 요구될수록 퍼팅은 홀컵을 스쳤다.

첫홀부터 5m거리를 3퍼팅한 임은 이날 1~2m거리의 버디 또는 파퍼팅을
6개는 놓쳤다.

버디는 3개 잡았지만 보기가 무려 7개.

이런 흐름은 아마추어골프의 속성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유가 있으면 볼도 홀컵을 찾아 들지만 버디를 노리면 무리수가
따르는 법.

임은 결국 2라운드합계 4오버파로 커트오프를 놓쳤다.

그는 금년에 3번째로 커트오프를 미스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잘하려고 하니까 더 안되는구나"

그는 깊은 숨을 들이키며 라커룸으로 향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상금랭킹 10위권이라 하면 금액면에서 획기적 위치.

그러나 한국은 고작 4,000만원선에 불과하다.

거기서 해외원정비나 국내 시합경비를 제하면 2,000만원이 채 안 남는다.

레슨을 안하는 그로서는 "부채만 안 생기면 다행"이라고 말할수 밖에.

임은 추석을 지낸후 다시 보따리를 싸 동남아의 APGA투어에 참가해야
한다.

12월초 까지의 APGA투어에서는 건강만 유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