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공장은 통폐합해 생산조직을 슬림화한다"

불황타개를 위해 주로 관리부서 축소와 인원 재배치에 치중해온
대기업들이 이젠 생산라인에도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이는 조직 합리화라는 도마 위에 화이트칼러뿐아니라 블루칼러도
오르게 됐다는 뜻이다.

인천제철은 16일 유사공장 조직을 통폐합해 기존의 14개 공장을
7개 생산부로 줄이는 내용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인천제철은 종전의 8개 본부, 14개 공장, 55개
팀에서 8개 본부, 7개 생산부, 54개 팀으로 생산조직이 축소됐다.

구체적으론 기존의 70t및 80t 제강공장이 합쳐져 대형제강부, 중형및
소형공장이 통합돼 형강압연부, 제1철근및 제2철근 공장이 붙어 철근압연부
등으로 개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종전에 14명이던 공장장은 당연히 7명으로 줄었다.

또 각 공장마다 있던 원료팀 중기관리팀등 생산관리 조직도 절반으로
축소됐다.

인천제철은 이같은 생산 공장 통합에 따라 생긴 여유인력은 연구개발(R&D)
쪽으로 돌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압연기술팀과 제강기술팀을 신설한 것이 이런
맥락이다.

또 기존의 업무개선팀안에 표준화추진 테스크포스를 만들어 생산관리
인력을 재배치한 것도 마찬가지다.

인천제철은 생산조직 합리화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여유인력을
인위적으로 감원하기 보다는 연구개발 부서로 배치해 조업기술을
향상시키는데 활용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어렵다고 인원을 무조건 줄이기 보다는 "내일을 위해" 사람을
아낀다는 얘기다.

이 회사의 조직개편에선 우수인력 양성을 위해 인재개발원을 신설한
것도 특징이다.

그동안 직원교육은 인사팀에서 담당했으나 별도의 교육기관을 만들어
직업훈련생 양성은 물론 기존 사원의 다기능화와 직무능력 향상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역시 불황때 호황을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한다는 취지에서다.

최근의 철강제품 판매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영업력을 보강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인천제철은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생산관리 인력을 일선 영업소에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이같은 생산조직의 통폐합 움직임은 전자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아남전자가 중저가 오디오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키로 하면서
인천 부평의 오디오 공장라인을 안산의 TV공장으로 합치는 것을 검토중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그럴 경우 부평 오디오 공장 부지는 음향부문과 TV부문의
R&D 조직을 통합한 종합연구소 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인켈과 나우정밀을 인수 합병한 해태전자도 서울과 인천에
흩어져 있는 오디오와 통신기기 생산라인을 새로 지은 천안공장으로
옮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오디오 라인이 있는 인천공장과 서울 도봉동 공장의 생산설비는
이미 천안으로 이전되고 있다.

구로공단에 있는 통신기기라인은 단계적으로 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종합목재의 경우 울산공장의 가구라인을 폐쇄해 용인공장으로
통합함으로써 생산조직을 합리화하기도 했다.

이는 국내기업들의 감량바람이 드디어 생산부분에까지 휘몰아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그동안 대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주로 관리부서에 촛점
맞춰졌었다.

부서 통폐합도 그렇고 명예퇴직도 마찬가지였다.

관리부문의 인력을 영업이나 생산조직에 전진 배치한 것도 그랬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젠 생산조직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다.

"관리부서를 아무리 줄이더라도 최소한의 인력은 필요하다.

관리조직의 다운사이징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젠 생산조직도 합리화하지 않을 수 없다.

유사 공장등을 통폐합해 인력을 합리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기업들의
2단계 조직개편 작업으로 보면된다"(권명옥인천제철 부사장)

감량경영의 대상엔 생산부문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불황의 현장에 이젠 무풍지대가 없어진 셈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