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에 사는 E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고 여자친구와 같이
설악산으로 휴가를 가던중 휴게소에 들렀다.

차의 시동을 켜 놓은 채 바로 앞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낯선 사람이
갑자기 자신의 승용차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E씨의 제지에도 운전석에 앉은 낯선 사람은 오히려 자기 차라고 주장하면서
승용차를 끌고 달아나 버렸다.

얼떨결에 차를 잃은 E씨는 경찰서에 전화로 도난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잠시후 자신의 차가 사고를 냈다는 소식을 휴게소직원으로부터
듣게 됐다.

휴게소에서 1km쯤 떨어진 사고장소로 가보니 자신의 승용차를 절취해 간
H씨가 중앙선을 침범하며 마주오던 K씨 차량과 충돌, K씨가 부상당하고
양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나 있었다.

그런데 E씨의 차를 훔쳐간 H씨는 운전면허가 없는 정신이상자로서 배상
능력도 없는 사람이었다.

E씨는 차가 망가진것도 억울한데 피해자로부터 보상요구까지 받게 됐다.

이런 때 E씨가 상대차량의 피해를 보상해야 될 책임이 있는가.

이에 대해 손해보험분쟁 조정위원회에서는 "통상 절취운전중 사고에
있어서 차량사용자의 법률상배상책임은 소유자가 차량관리상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어지나 이 경우 피보험자가 피보험차량 옆에서
관리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시동을 켜놓고 차문을 잠그지도 않은 상태로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휴게소에 주차해 둔 과실이 크다 할 것이고 절취
운전자가 정신이상자라는 이유만으로 피보험자의 과실을 면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며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하였다.

이와같이 절취운전중 사고에 대해 보험회사는 차량도난에 대한 소유자의
과실이 있을 때, 즉 시동을 켠 채로 정차중 도난당했다든지, 시동은 껐지만
차문을 잠그지 않았다든지, 차문은 잠궜으나 차량 열쇠를 꽂아두었거나
혹은 잘 보이는 의자에 키를 두고 내린 경우에는 차량절취에 대한 소유자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와같은 경우에는 절취운전중 사고라도 선의의 피해자에 대해서는 차량
소유자에게 배상책임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이 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절취운전중에는 무면허운전에 관계없이 종합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건의 경우 E씨가 자신의 승용차 바로앞에서 차를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H씨가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면 E씨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차를 끌고 갔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해 예견가능성이 없는 절취운전중
사고임을 이유로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지급을 거절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시동을 켜놓은 채 차문을 잠그지 않은 E씨의 과실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준택 < 보험감독원 책임조정역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