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반도체 쇼크"로 출렁이기 시작한 수출비상 체제가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적자가 이미 통산부의 연말목표치(1백30억~1백50억달러)에 근접,
1백30억달러를 넘어섰고 수출은 2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는데다 반도체
가격은 오르기는 커녕 내리막길로만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8월중 수출입 동향을 보면 "그렇게 비관할 것만은 아니다. 경기가 하강
국면이라 앞으로 수입이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하던 통상산업부의 말이
무색해 졌음을 그대로 알수 있다.

반도체 쇼크로 통칭되는 "반도체 침몰" 현상은 8월들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개당 50달러이던 반도체(16메가D램)의 수출가격은 개당 12달러
로 1년사이에 무려 78%나 떨어졌다.

반도체 가격은 지난 4월 개당 22달러에서 5월 18달러, 6월 14달러로 추락을
거듭하다 7월중 14달러로 보합세를 보이는가 싶었으나 8월달에는 다시
12달러로 고꾸라졌다.

이에따라 8월중 반도체 수출액은 10억1천9백만달러로 52% 감소, 전년동기의
반에도 못미친데다 7월(10억9천9백만달러)보다도 8천만달러 줄어들었다.

더욱이 반도체 값은 연말에는 10달러선으로까지 떨어질 공산이 커 이대로
가다가는 무역 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크다.

석유화학 철강등 수출 효자 품목이 반도체와 함께 추락하고 있는 것도
수출 부진을 부채질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8월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이 10.1% 감소, 지난 7월(마이너스
14.9%)보다는 다소 회복되고 있으나 여전히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은 오히려 악화되는 추세다.

올들어 계속 감소폭이 확대되는 석유화학 제품은 하반기들어 다소 회복세를
보여 지난 7월에는 0.9% 늘어났으나 8월들어서는 20일까지 무려 20.6%나
감소, 상황이 다시 역전됐다.

정부가 줄어들 것이라던 수입도 증가폭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 한달간 마이너스로 돌아섰으나 7,8월모두 10%를 넘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의류 신발 승용차 휴대용전화기등 소비재 수입증가율은 지난 7월
16%대에서 8월들어서는 30%대를 넘고 있다.

이중 승용차 수입은 7월중 99.6% 늘어난데 이어 8월중에는 20일까지 94.6%
가 늘어 매달 1백%가까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상반기중 큰 폭의 둔화세를 나타내던 자본재 수입이 7,8월 연속
14%를 넘는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고 국제가격 상승으로 곡물수입마저 63.8%
증가했다.

수출 수입 모두 나락으로만 치닫고 있는 셈이다.

통산부 관계자는 이날도 전달과 같은 말을 했다.

"수입수요가 한풀 꺾이면 연말까지 그리 비관할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다시말해 수입수요가 꺾이지 않는한 무역적자 확대는 불가피
하다는 말과도 같다.

반도체 가격하락이나 철강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감소등의 문제는 정부도
업계도 어떻게 손을 써보기도 어려운 외부적인 요인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
이 있다.

소비재 수입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나선다해도 근본적인 상황을 역전시킬수 없다.

더욱이 향후 수출동향을 나타내는 수출(L/C)내도액은 0.8% 줄어든 반면
수입면허(I/L) 발급액은 11.5% 늘어나 앞으로 상황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3일 종합적인 경기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그 처방이 제대로
듣기에는 병이 너무 깊다는 지적이 그래서 설득력 있게 들린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