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은 29일 대한상의클럽에서 강문규 한국
시민단체협의회 회장 등 9명의 시민단체 대표들과 경제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일제히 과소비문제를 거론하고 지속적인 소비
합리화운동을 위해서는 과소비의 개념을 국민과의 합의로 도출하는 한편
합리적 소비방법을 학교의 교과과정에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강문규 회장=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이 믿지 않는다.

따라서 과소비와 관련해 정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이 과소비인가에 대한
모델을 국민들과의 합의과정을 거쳐 정립하는 것이다.

<>송월주 조계종 총무원장=매스컴이 과소비를 부추키고 있다.

TV드라마나 광고에 호화스럽게 사는 모습이 많아 과소비 충동을 자극한다.

<>손봉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이사장=작은차 타기를 단순한 구호나 운동
으로 추진하기 보다는 대형차와 소형차의세금차이를 크게 확대하고 휘발유
값도 대폭 올려 과소비하지 않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또 접대비의 경우 한도를 정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접대하는데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자신이 사용한 것인지도 구별해야 한다.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에 중학생이 14만원을 내고 로얄석으로 들어가는
것은 문제다.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애틀랜타올림픽 때 미국에 가보니 정작
미국사람들은 올림픽이 언제 시작하고 언제 끝나는지 모르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TV 3사가 모두 중계를 했다.

재고해 봐야할 대목이다.

정부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장바구니 물가를 잡아줘야 하는데
1만원짜리 들고 나가면 살 것이 없다.

<>이남주 한국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정부정책에 일관성이 없다.

70년대에는 국민들이 잘 살아보자는 염원이 있었고 정부도 같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었으나 요즘은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라는 말 외에는 잘
모르겠다.

과소비의 개념을 국민과 합의로 도출한 뒤 국민들에게 협조를 요청하고
경제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강교자 대한YWCA연합회 사무총장=올 여름에 국가보조를 받는 재해가족의
고교생들을 데리고 해외연수를 갔었는데 이들은 이미 쇼핑리스트까지 만들어
가지고 왔다.

교육한 것이 무색했다.

합리적 소비방법이 교과과목에 포함돼야 한다.

<>이윤자 전국주부교실중앙회 회장=부총리 취임사중 경제의 어려운 실상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려 신뢰받도록 하자는 대목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다.

국민들에게이런 것들은 하지 말아라 하는 것보다 이건 이렇다고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방법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광모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회장=정부가 국민을 위하는 것인지 정당의
입장을 살리는 것인지 모를 때가 많다.

표를 잃더라도 정부가 해야할 것은 해야 한다.

<>고건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과소비가 무엇인가를 논리보다는 낭비사례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올바른 소비의 정의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은 세계에서 30위권 수준이다.

그에 맞는 소비수준을 정해야 한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