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체를 더이상 온실에서만 키울 수 없다"

정몽규현대자동차회장은 부품협력업체 선정방법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협력업체들에 이렇게 강조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끈끈한 "정"만으로 연결됐던 과거의 협력관계를
과감히 청산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부품업체들과 협력망을 다시 짜겠다는
의미심장한 얘기다.

현대가 공개입찰 방식을 도입한 이유는 무엇보다 원가절감을 겨냥한 것.

이미 바닥에 떨어진 완성차의 가격경쟁력을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부품업체의 능동적인 원가절감 노력이 가장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경쟁입찰의 평점에서 원가비중(65%)을 높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대는 MX 협력업체의 경쟁입찰을 진행하면서 동일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를 동일한 시간 장소에 불러모았다.

이들에게는 MX카 관련부품의 사양을 설명해주고 원가계산 납기 기술능력
등을 서류로 작성해 제출토록 요청했다.

현대는 이들이 제출한 서류에서 가장 먼저 원가를 살펴봤다.

이 부분이 전체 평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만큼 다른 부분이 아무리
좋아도 원가를 내리지 못한 업체는 대부분 제외됐다.

다만 납기나 품질관리 기술능력이 월등한 업체는 살아남았다.

그 경우도 가격이 다른 업체에 비해 5%이상 비싼 경우는 제외됐다.

이는 품질 기술능력에서 독보적이지 않는한 원가경쟁력에서 앞서야
현대의 협력업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의 경쟁입찰제는 이번 MX카에 국한된게 아니다.

늦어도 2000년까지는 모든 차종에 이 제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의 협력업체가 되려면 무조건 경쟁을 거쳐야 한다.

아무리 큰 만도기계라도 경쟁에서 지면 협력업체 "타이틀"을 놓치게
된다.

게다가 이 제도가 자리를 잡게되면 현대와 전혀 관계를 맺지않고 있던
협력업체는 물론 외국업체도 경쟁의 대열에 끼워넣을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GM 포드처럼 부품의 글로벌 소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는 "이 제도가 원가절감을 겨냥하고 있지만 부품업체 스스로 자생력을
갖게 한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자재본부 승용부품개발실장 박승하이사)
고 말한다.

예컨대 치열한 경쟁을 거쳐 케이블류를 납품하게 된 삼영케이블은
가격경쟁력과 품질수준이 향상돼 그 부품을 호주 록웰, 일본 이스즈에
1백40만달러어치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

광진상공도 도어레귤레이터를 미국 GM에 1천8백만달러어치 내보내게
됐다.

물론 싸움터로 내던져진 부품업체들의 어려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부품업체들이 이 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곧 완성차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6일자).